최상현 주필 유럽이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으로부터 쓰나미(Tsnami)처럼 몰려드는 난민(難民), 유랑민(流浪民)들로 몸살을 앓는다.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는 난민선에는 기꺼이 자비(慈悲)의 손을 내밀던 유럽이다. 하지만 그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게 되자 난민선이 집중적으로 닿는 나라들에서 비명이 나온다. 이탈리아 그리스가 그 나라들이다. 이탈리아는 지중해 건너 아프리카에서, 그리스는 에개해 건너 중동 지역에서 난민들이 쇄도한다.그래봤자 연(年) 수만 명 규모지만 이들이 유럽 여러 나라로 분산되지 않고 두 나라에 집중됨으로써 고통스러워
박상병 정치평론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딸, 유민이를 잃고 아빠 김영오 씨는 단식 46일째가 돼서야 단식을 중단했다. 단식 중에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가서도 그는 여전히 단식을 강행했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싸움이었다. 딸을 잃은 슬픔에 더해서 46일째 단식을 강행했다니, 김영오 씨의 그 피눈물 나는 심정과 절박한 호소를 우리는 정말 제대로 듣고는 있는 걸까. 그의 바짝 마른 모습과 초점을 잃은 듯한 눈망울 앞에 우리 모두는 죄인이다. 세월호 참사 때는 함께 눈물을 훔치다가 금세 그 비극을 잊어버리는 우리는 망각병
장순휘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손자병법 모공편(謀攻篇)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하여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지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르치고 있는데 과연 우리 군은 적을 다 알고 있을까?2010년 이상우 국방선진화 추진위원장은 한마디로 우리 군은 북한군을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비록 시간이 지났다고 하나 국가안보는 간단(間斷)이 없기에 재론의 여지가 있다. 우리 군의 선진화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군이라는 적을 이기는 전력을 갖추는 것이 아닌가?북한군은 대부분 무기체계가 2세대 장비지만 선군정책을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일본에서 저희들끼리 피 튀기며 싸우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마감하고 통일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 오다 노부나가다. 그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린다’고 할 만큼 성격이 괄괄하고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목표에 지장이 있다 싶으면 가차 없이 목을 날렸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안하무인격이었다. 부하들을 무시하고 조롱하기 일쑤였다.그의 부하 중에 아케치 미츠히데가 있었다. 귀족 가문 출신으로 엘리트 의식이 강하고 자부심이 넘쳤지만, 오다 노부나가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노부나가는 그를 걸핏하면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정위(丁謂)는 북송 진종(眞宗)시대 유명한 권신으로 시, 그림, 음률에 능했지만, 시세에 영합하는 소인배였다. 왕흠약(王欽若)이 세력을 누릴 때는 그가 좋아하는 짓이라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다가, 세력을 잃자 새로운 재상 구준(寇準)의 앞잡이로 변했다. 진종에게는 태산에 봉선(封禪)을 거행해야 한다고 충동질했으며, 천하의 부를 모두 지닌 황제가 궁전 하나를 짓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떠들었다. 궁전 건설의 총괄책임자가 되자 최고의 궁전을 짓기 위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시 다시 지었다. 재목을 얻기 위
박종윤 소설가 섭정은 자 땅의 심정리에 살고 있었다.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그 보복을 피해 어머니, 누이와 함께 제나라로 도망가서 짐승을 도살하는 일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그 얼마 뒤의 일이었다.한(韓)나라의 애후(기원전 376~371)를 섬기던 복양 출신의 엄중자는 재상 협루와의 사이가 나빠져 협루에게 살해될 것이 두려워 국외로 도망쳤다. 그런 다음 협루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적당한 인물을 찾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그가 제나라에 닿았을 때 한 소문을 들었다.“섭정은 원수를 피해 비록 짐승 잡는 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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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5 김진호 화백
신광철 한국문화콘텐츠연구소 소장 한옥은 단층으로 이루어진 횡축 건축물의 절정을 보여준다. 사대부의 집에는 영역 구분이 있었다. 행랑채, 사랑채, 안채, 그리고 사당이 하나의 전형적인 집의 구조였다. 집으로의 완성은 4구역의 설정과 배분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 건축물이었다. 지금은 이러한 개념이 없어지고 하나의 공간에 작은 수의 가족이 살아가기 때문에 다양한 구조를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한옥의 위대함은 자연과 인공을 절묘하게 절충해 주변을 받아들이는 넉넉함에 있다. 한옥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산세와 들과 강, 그리고
VOL.94 김진호 화백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은 전부 나쁜 사람들입니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 24일 천안 우정공무원 연수원에서 진행된 2일차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 불참한 의원을 두고 한 말이다. 정기국회를 대비해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방향,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여야 대립의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연찬회에 첫날은 소속의원 158명 가운데 130여 명이 참석했지만 둘째 날 토론의 하이라이트인 자유토론 참가자는 50여 명에 그쳤던 것이다.국회의원이 주말마다 계획된 일정이 있고, 여러 가지 바쁜 사정이 있을 테지만 김무성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반이 지났다. 출범 초기에 국정의 여러 가지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집행하려고 했지만 도중에 ‘세월호 참사’를 만나 정치든 행정이든 그 개선 추진이 정체상태에 있다. 정부 규제개혁도 그중의 하나다. 과거 정부에서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로 크게 줄어들었던 규제 건수가 이명박 정부 5년간 1만 4889건으로 대폭 늘어났고, 새 정부에서도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 지난해 말 현재 1만 5269건에 달했다.국무총리실이 정부 규제를 총괄하고 있는 관계로 정총원 총리는 지난해 8월, 계획된 규제를 모두 풀고 특히
글 정라곤 시인 | 그림 김진호 화백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세월호 참사가 장기적으로 표류하며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일련의 병영 내 군 기강 사고로 전 국민적인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모처럼 짜릿하게 웃고 환호했다. 12세의 남자 리틀야구 선수들이 29년 만에 세계 정상을 차지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던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결승에서 미국의 일리노이주 대표팀을 8-4로 꺾고 1985년 대회 이후 우승을 차지해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이례적으로 TV에서 새
누이오승철(1957~ )쇠똥이랴그 냄새 풀풀 감아올린 새순이랴목청이 푸른 장끼 게워내는 울음이랴초파일그리움 건너더덕더덕 더덕밭[시평]누이에 대한 그리움, 그 아련함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들을 중시 여기는 풍속이 있던 우리네 살림에서, 아들은 어엿이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지만, 누이는 어린 나이부터 밥 짓고, 빨래하고, 심지어는 밭일까지 하며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오라비들을 건사한다. 그래서 더욱 그 누이를 생각하면 아련함이 더해진다.그 아련함은 쇠똥 내음으로, 또는 그 냄새 풀풀 감아올린 새순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봄날의 목청 푸른
한병권 논설위원 코스모스와 소매 끝을 스치는 가을바람이 왠지 슬픈 계절. 슬프다 못해 서럽도록 아름답고 왠지 억울하기까지 한 가을. 이 계절이면 어김없이 기억나는 목소리가 있다.“모슬포에서 제 고향 해남으로 왔지라!” “글을 써봐!” “저는 글을 쓸 줄 모른당께요!” “정말이야? 이 자식이 (군기가) 빠져 갖고!”그는 약간 어눌하고 어리버리한 목소리와 함께 왔다. 30년 전 일이었다. 우리 부대에 전입해오던 날, 그로 인해 온 병영 전체가 시끌벅적했다. 후임 병사들이 그에게 얼차려를 주고 있었다. 말년 병장이었던 필자가 이를 뜯어말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지난 7월 31일 근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 국민들의 피해를 구제받도록 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 정상화대책’이 발표됐다.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새로운 손해배상제도 도입, 개인정보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주민등록번호의 제한적인 변경 허용 등 7대 핵심 과제를 담은 종합대책을 확정했는데 권리 구제와 제도, 기술 등을 총망라했다. 정부와 기업, 개인이 스스로 개인정보보호에 노력하고 책임지는 문화와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국민의 재산과 안전
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영어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어떻게 하면 영어에 흥미를 갖고 공부를 하도록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아이가 자동차를 좋아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멋진 자동차 이야기가 담긴 영어 그림책을 한 권 선물했다. 영어라면 고개부터 돌리던 아이였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자동차 그림을 보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엄마에게 “엄마, 이 책이 무슨 내용이에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엄마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함께 공부해 보며 알아볼까? 엄마와 함께 공부한 후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해 이 땅엔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온 나라는 종교인, 비종교인 할 것 없이 온통 잔치 분위기로 변했다. 전례 없이 대통령까지 공항에 마중 나갈 정도였다면 교황의 방한은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표면적인 의미야 모두가 함께 느끼는 대로겠지만, 시대적 역사적 종교적 섭리 가운데 진행되는 순리적 차원에서는 깨닫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여겨진다.교황의 방문과 함께 떠오르는 시(時)가 있다. 천진무구하면서도 천재적 시인 천상병(千祥炳)의 시 ‘귀천(歸天)’이다.
VOL.93 김진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