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고노담화 검증 결과가 20일 공개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고노담화의 작성 경위 등에 대한 검증 결과를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서 보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고서엔 “고노담화 발표 전 일본 정부가 한국 측 인사와 만나 담화에 관한 의견을 듣는 등 의사소통을 했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해석의 방향이다. 당시 접촉했던 양측 인사가 담화 내용에 대해 사전조율을 했다는 식으로 해석할 경우다. 이는 한국정부가 담화 발표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미로 비친다. 고노담화의 기본 정신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상식 밖의 인사로 인한 비판여론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인적쇄신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국가개조’를 천명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마저 이런 식이라면 여간 곤혹스런 일이 아니다. 도대체 인사검증을 어떻게 했길래 아직도 이런 수준인지 국민의 불신이 높다. 그것도 한두 번의 실수가 아니라 그 실수가 상습적이고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의 근본부터 문제가 크다는 뜻이다.청와대 인사위원회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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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냄새정진규(1939~ )시골집 뒷마당에서 빨래를 거둬 안고 들어오며 서울 며느리, 아까워라 햇빛 냄새! 빨래줄 허공에 혼자 남아 있겠네 빨래 아름에 얼굴 깊게 묻었다향기로운 탄내, 햇살 냄새! [시평]봄 햇살은 참으로 밝고 따뜻하다. 그러나 봄을 맞이하게 되면, 그 봄 햇살 늘 우리 곁에 있으므로 우리는 실은 그 봄 햇살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봄 햇살의 진정한 가치를 모르고 사는 것이 일반이다. 시골집을 찾은 며느리가 뒷마당에서 봄 햇살에, 말 그대로 뽀송뽀송 마른 빨래를 거둬 안고 들어오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빨래줄
최상현 주필 브라질에서 열리는 화려한 월드컵 제전도 국민의 우울한 마음을 일소해주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 사회가 겪는 집단우울증이 길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 말할 것 없이 그 우울증은 지난 4월 16일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사고에 대한 초동 대처가 일사분란하고 민완했더라면 아까운 생명들이 저렇게 많이 비명에 가지는 않아도 될 사고였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안타까워하고 분노하는 까닭이다.사고 수습에 국력이 총동원됐지만 수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 가족이 죽어서라도 바다에서 건져
박상병 정치평론가 자진사퇴 여론의 집중타를 맞고 있는 문창극 후보자에 가려 언론에는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도 사안이 간단치 않다. 제자의 학위논문을 자신의 연구 성과로 꾸며 학술지에 제1 또는 제2 저자로 올리는가 하면, 연구비까지 챙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것도 한두 건이 아니라 8건이나 제자 논문을 가로채기했다면 이는 상습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없는 제자 논문을 가로챈 것은 표절 중에서도 죄질이 극히 나쁜 경우라 하겠다.지식절도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도둑질이라는 것이
전경우 작가 문화칼럼니스트 의리가 대세다. 배우 김보성이 ‘으리’라고 외치면서 의리 바람이 불고 있다. 김보성은 20년 간 줄기차게 의리를 외쳐 오다 마침내 대박을 터트렸다. 그가 처음 의리를 외쳤을 때 사람들은 참 싱거운 사람이구나, 하고 웃어 넘겼다. 이번에도 역시 우스운 모습으로 등장한 광고 때문에 그의 의리가 주목을 받았지만, 이 사람의 의리가 웃고 넘겨버릴 거짓 의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13대 1로 싸우다 실명을 하고, 공원에서 데이트족 남녀를 괴롭히는 불량배 셋과 맞붙었다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진순신(陳舜臣)의 아편전쟁은 서구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지식인들의 몸부림을 생생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감동과 비분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아편전쟁이 벌어지기 1년 전인 AD 1839년 4월, 48세의 공자진(龔自珍)이 남의 눈을 피해 북경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유난히 민감했던 그는 반백의 나이에도 ‘인생길 이미 마흔이 넘었지만, 정에 흐느끼는 마음 아직도 떨치지 못했네’라는 시를 지었다. 진순신은 그가 남몰래 북경을 떠난 이유가 황족의 애첩인 고태청(顧太淸)과의 밀애 때문이라고 했
박종윤 소설가 학자들이 모여 서서 동방삭을 빈정대는 자리에 마침 그가 지나갔다. 학자들은 삭에게 말했다. 옛날에 언변으로 출세한 장의와 소진의 예를 들며 아직도 한직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동방삭이 대답했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의 이치도 변하는 법이며 어지러운 시대에는 지략이나 언변을 가진 자들이 출세를 했으나 평화롭고 화목한 시대에는 그런 사람들은 의식을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학문에 정진하고 밤낮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선비들 중에는 조금도 신념을 굽히
이른 아침 경찰서에 출근해 계단을 오르며 한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바로 ‘청렴은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입니다’라는 글귀였다. 필자는 이 글귀를 보며 경찰로서의 마음가짐을 매일 가다듬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렴(淸廉)은 사전적 의미로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깨끗한 공직자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선생의 청심(淸心) 사상처럼 ‘나라의 녹을 먹는 공직자는 봉급 이외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말 한필로 시원스럽게 떠나라’는 말을
VOL.65 김진호 화백
잠자는 이 시대를 깨우고 싶다. 혹자는 시론을 읽으며 왜 종교와 평화에 관해 그렇게 강조하는지 궁금해 할 것이다. 왜 그러겠는가. 누구나 종교를 말하고 평화를 부르짖지만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천 년 전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를 제자들은 알아봤지만, “가까이 오사 성을 보시고 우시며, 가라사대 너도 오늘날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기웠도다(눅 19:41~42)”라고 기록됐듯이, 당시 종교 지도자들과 유대인들은 알지를 못했다. 그처럼 이 시대도 종교도 평화도 평화의 사자도 도무지 알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청문요청서가 16일로 한 차례 연기된 후에 제출됐다. 총리 후보로 지명되고 난 뒤 문 후보자의 과거 강연 등에서 불거져 나온 내용들이 사회여론화되고 문제가 돼 여전히 정치권의 논란이 뜨겁다. 당초 야당에서는 청문회를 할 필요조차 없이 대통령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하거나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 지키기에 안간힘을 써 왔다. 총리 후보자에 대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를 해야 박 대통령이
이제 10여 일이 지나면 제6기 지방자치 임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3952명이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지고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다. 그중에는 다선(多選) 경력자도 있을 테고 선거 공직을 처음으로 담당하는 신출내기도 있을 테지만 누구든 각오는 한결같을 것이다. 지역주민을 편하게 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지방자치가 갖는 본연의 사명만은 명심하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은 그 대표자들이 자치행정을 이끄는 데 호락호락한 여건이 아니다. 가장 큰 짐은 중앙이라
한병권 논설위원 요즘 들어 위징(魏徵)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난맥상을 보면서 특히 그렇다. 필자의 지인들 중에도 더러 있다. 그들은 자칭 ‘보수 우익’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다. 비밀투표이므로 그들의 실제투표 용지를 들쳐보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 언행들로 미뤄 그들이 박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그들이 달라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 시대엔 ‘위징’도 없고, ‘위징’을 등용할 안목도 포용력도 없는 속 좁은 정치”라고 입을 모은다. 위징(魏徵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지난 2011년 9월 미국은 선발명주의(First to Invent)를 선출원주의(First to File)로 바꾸는 즉, 발명을 먼저 하는 자가 아니라 출원을 먼저 하는 자가 특허권을 갖게 되는 내용으로 특허법을 개정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개정안을 미국 최고의 공립학교인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에서 서명하였는데 서명 전 연설에서 “앞으로 학생들의 머리가 특허를 생산하는 두뇌공장이 돼야 하고 학생들이 과학기술과 지재권에 대한 전문가가 돼야 세계특허 전쟁에서 승리할
양형남 에듀윌 대표 한양대 특임교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드웩 교수가 뉴욕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칭찬과 관련한 실험을 했다. 아주 쉬운 시험문제를 아이들에게 풀게 한 후 반으로 나누어 한쪽은 “넌 참 똑똑하구나” 하며 지능에 대한 칭찬을, 그리고 다른 한쪽의 학생들에게는 “정말 열심히 잘 했구나” 하며 노력을 칭찬했다. 그런 다음 또 다시 시험을 보도록 했는데 이번 시험은 어려운 시험과 쉬운 시험 중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살펴본 결과 똑똑하다고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대
할미꽃과 나비장이지(1967~ )열세 살 소녀 가장이일흔 살 할미를 위로하고 있었다.식은 팥죽 한 그릇을 두고등신대의 울음 덩어리가 서로 엉겨간간이 들썩이며 빛나고 있었다.굴신도 못하는 시든 할미꽃 위에지친 나비가 날개를 접고 얕은 잠에 잠겨 있었다.합죽이가 된 입을 오물거리며그래도 이슥한 생을 건너온 마른 꽃잎이잠든 소녀의 귓불을 가만히 빚어주고 있었다.[시평]봄이면 수많은 꽃이 피어난다. 이 많은 꽃 중에 마치 허리가 굽은 할머니 모양을 하고 있는 꽃이 있어, 이 꽃을 할미꽃이라고 부른다. 합죽이가 된 입을 오물이며 고개 숙이고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한동안 우리의 일상을 우울하게 했다. 국가적인 분노 속에 기쁨과 행복이 저 멀리 사라지고 잿빛 안개에 가려 정신이 몽롱하고 나른하며 기분이 언짢은 나날이 이어졌다. 창창한 앞날을 살아야 할 어린 애들이 어른들의 무책임으로 무고한 생명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낳은 국가적 불행도 월드컵이라는 인류 최고의 스포츠 축제 앞에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듯한 모습이다. 방송 3사는 매일 새벽녘에 벌어지는 월드컵 경기 생중계에 열을 올리고 있는가 하면, 신문들도 월드컵
글 정라곤 시인 | 그림 김진호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