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祕境)을 맛보았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탄성을 자아낼 만한 절경을 눈앞에 두고도 섣불리 감탄하기보다는 문득 이런 고민에 빠진다. 우리를 흠뻑 적시는 감동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기암절벽과 어우러지며 오색빛깔이 화려하게 물든 산일런가. 어두움을 밝히며 떠오르는 태양이 금빛 찬란한 수를 놓은 듯한 바닷물결일런가. 이번 탐방은 ‘탐방의 의미와 그 감동’에 대해 곱씹어 보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전남 고흥(高興)… ‘높을 고(高)’에 ‘일 흥(興)’. ‘최고의 흥, 최고의 즐거움’을 뜻할까. 고흥군은 ‘High 고흥,
사미인곡(思美人曲)-송강 정철(서사 생략) 동풍이 문득 불어 쌓은 눈을 헤쳐 내니 / 창밖에 심은 매화 두세 가지 피었구나 / 가뜩이나 쌀쌀하고 적막한데 그윽한 향기는 무슨 일인고 / 황혼의 달이 좇아와 배갯머리에 비치니 /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님이신가 / 저 매화 꺾어 내어 님 계신데 보내고 싶구나 / 님이 너를 보고 어떻다 여기실까 / 꽃 지고 새 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 / 비단 포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비어 있다 / 연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장을 수놓은 병풍을 둘러두니 /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여름을 나니 초록으로 물들었다. 온통 푸르다 못해 청량감마저 느껴지니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이제 곧 있으면 낙엽이 지고 가지에 눈이 쌓이겠지. 그리고 추운 겨울을 이기고 나면 다시 또 새싹이 나고 꽃을 피우겠구나.그 옛날, 시와 가사로 노래를 읊었던 선비들도 산 중에 정자를 짓고 경치를 바라보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자연과 마주하니 절로 가사가 읊어지지 않았으랴.유난히 창공이 아름다웠던 지난달 초 담양의 주요 누정(누각·정자)을 찾아 자연과 벗한 선비의 발자취를 따라 나섰다. 담양은 호남문학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지산의 사계(四季)를 노래하다울산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와 경남 밀양시 산내면·청도군 운문면에 걸쳐 있는 가지산. 바닷가에서 제일 높이 솟은 산이라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예로부터 바닷가에서 제일 높이 솟은 산을 변산(邊山)의 의미인 가이산, 가시산이라고 불렀는데, 한자와 불교가 들어오면서 가지산(迦智山)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외에도 신라 흥덩왕 때에 전남 보림사에서 가지선사라는 중이 와서 석남사를 이 산기슭에 터 잡았다고 해 가지산으로 부른다는 설이 있으며, 까치산에서 유래한 지명이라는 설도 있다.가지산의 사계는 울산
유럽에 알프스(Alps)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도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를 중심으로 펼쳐진 영남 최고의 산맥이 있다. 해발 1000m 이상 되는 7개의 산군(山群)이 유럽의 알프스산맥에 견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 ‘영남의 알프스’. 그중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청도군 운문면에 걸쳐 있는 가지산(1240m)의 비경은 그야 말로 탄성을 자아낸다.새벽 3시. 글마루 답사팀은 조금은 이른 아침을 맞았다. 울릉도를 목적지로 떠난 답사였기에 분주히 움직였으나 갑작스런 일기의 변화와 예상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녹두장군 전봉준, 한국의 대표적 문호 미당(未堂) 서정주, 대한민국 제2대 부통령 인촌(仁村) 김성수, 판소리계의 대부 동리(桐里) 신재효 등 빼어난 인재가 많이 배출된 곳, 전북 고창. 고창의 자랑은 뛰어난 인재뿐 만이 아니다. 일명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불리는 고창읍성은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조선 초기에 축조된 것으로 원형 그대로의 견고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창 고인돌 유적지는 다양한 모양의 고인돌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대가야국(大伽倻國)은 가야산신 정견모주와 하늘신 이비가지 사이에서 태어난 장자 뇌질주일이 42년경 경북 고령(高靈)지방을 중심으로 세운 나라로 알려졌다. 뇌질주일(또는 내진주지)은 대가야를 세우고 ‘이진아시왕(伊珍阿豉王)’이 됐다. 16대 도설지왕(道設智王)까지 약 520년 동안의 찬란한 역사를 이어온 대가야는 562년에 신라 진흥왕이 이사부(異斯夫)와 사다함을 앞세워 공격해오면서 멸망했다.하지만 대가야는 멸망하기 전까지 정치·문화 영역에서 가야 중의 최전성기를 이끈 나라다. 순장문화, 철기문화, 가야금, 토기 등 독자적인 문화를
사계절 시시각각 다른 옷을 입고,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아~!”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산. 영겁의 세월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많은 기암이 장관을 이루고, 이러한 바위 하나하나가 모여 만 가지 형상을 이뤄 ‘만물상(萬物相)’이라고 불리는 곳.보는 장소와 각도에 따라 가지각색 풍경을 자랑해 멀리서 보아도 좋고, 가까이에서 보면 더 좋은 만 가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가야산 만물상.지난 6월 18일, 마루대문 답사팀은 가야산 산신과 천신의 사랑이 빚어낸 아름다운 대가야 건국 신화가 전해 내려오는 가야산 만물상을 장장
아름다운 경치가 예술이라면 글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재료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통영에는 유독 많은 예술·문학가의 삶이 공존한다.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소설가통영 출신 예술가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에 묻힌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소설가는 고향 통영을 글 속에 담아 자신의 내면을 들췄다.작가는 외갓집이 이야기의 배경이었다는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
드넓은 바다 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수많은 유인도와 무인도는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해안선을 따라 가면 어디든 눈을 돌려도 빼어난 경치를 뽐내고, 그 비경이 지중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제3의 도시 나폴리에 견주니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아름다운 경치에 저절로 시상이 떠오르고, 화폭의 그림이 되니 어찌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문학가가 나오지 않았으랴. 이은상 시인은 통영의 바다를 가리켜 ‘결결이 일어나는 파도 / 파도 소리만 들리는 여기 / 귀로 듣다 못해 앞가슴 열어젖히고
난세에 영웅이 난다 했던가(亂世英雄). 임진왜란(1592~1598) 7년의 전란 중 조선을 구한 영웅들을 만났다. 왜군과 맹렬한 전투를 펼치며 전세를 역전시켰던 이순신 장군과 권율 장군, 각 지역에서 일어났던 의병들이 그러하다. 그중 임진왜란을 논하면서 절대 빠져선 안 될 인물이 있으니 바로 조선의 명재상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 1542~1607) 선생이다. 자신의 목숨을 건 파격적 인사 단행으로 왜의 침입에 대비했던 그의 뛰어난 선견지명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충무공 이순신과 같은 영웅을 어찌 만날 수 있을까. 왜란 당시
일제강점기엔 독립군의 희망가로우리네 부모가 날찾으시거든/ 광복군 갔다고 말전해 주소광풍이 불어요 광풍이불어요/ 삼천만 가심에 광풍이불어요바다에 두둥실 떠오는배는/ 광복군 싣고서 오시는배래요동실령고개서 북소리 둥둥나더니/ 한양성 복판에 태극기 펄펄날려요-광복군아리랑-[글마루=김지윤 기자] 이 아리랑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무려 ‘광복군아리랑’이라고 불리는 노래. 대체 어떤 장단과 가락으로 불리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선아리랑 가락으로 불러보기도 하고, 본조아리랑으로 불러보기도 하지만 어색하다. 알고 있는 아
마루대문 양산 통도사·밀양 만어사[글마루=김일녀 기자] 통도사는 모든 불자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통한다. 어떤 것으로도 깰 수 없고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깰 수 있는 다이아몬드(금강석)와 같은 것이 진리이다. 불법을 통해 일체중생 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했던 부처의 사리가 모셔진 금강계단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터의 유래 속에는 우리나라가 불교와 필연적인 땅임을 드러내려는 의도에 따라 석가의 삶이 투영돼 있다. 밀양 만어사와 함께 두 사찰에 숨겨진 인연담을 찾아가보자.오랜 세월 넘어 석가와 통하는 통도사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백두대간학교 최창남 교장 인터뷰 산, 하늘의 지혜를 배우는 학교[글마루=이지수 기자] ‘백두대간 하늘 길에 서다’ 등 다수 책을 집필한 백두대간학교 최창남 교장은 단순히 산에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진정으로 산을 느끼며 산으로부터 지혜를 얻는 습관을 갖는 것.“백두대간학교를 세운 것도 산행을 위한 산행이 아닌 산에 오르며 마음을 닦는다는 취지에서였죠. 우리에게 산은 곧 학교예요.”산이 학교라는 것이 무슨 뜻일까. 마음을 수양하고 하늘의 지혜, 그리고 자연과의 조화를 배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백두산에서 지
처음에 어느 누가 나라를 열었던고 석제(釋帝)의 손자로 이름은 단군일세 요임금과 같은 무진년에 나라 세워 순임금 시대 지나 하(夏) 나라까지 왕위에 계셨도다 우리네 뿌리를 찾다[글마루=김지윤 기자] 재야학자들 사이에서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상고사가 두타산에서 그 뿌리를 내렸다. 정확히 두타산성 동쪽 쉰움산(688m)에 있는 천은사(天恩寺)다. ‘하늘의 은혜가 내리는 곳’에서 동안거사(動安居士) 이승휴(1224~1300)는 고려가 단군의 적통이자 정통이라는 것을 정립했다. 천손 단군을 천은사에서 조명했다는 점
[글마루=김지윤 기자] 산이 아름다운 이유는 능선과 골짜기, 그리고 정상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자연이 주는 선물을 온전히 받았다고 말할 수 없다. 직접 산을 탔을 때 비로소 산경의 가치를 알 수 있다. 2012년을 앞두고 강원도 동해시 두타산을 찾은 이들은 감탄한다. ‘고행의 길’이라는 이름의 뜻과 달리 설산(雪山)은 아름다울 뿐이다. 하지만 산마루로 걸음을 향하면서 가파른 산세와 산속에서 바라본 경치로 ‘두타’의 의미를 되뇐다. 거창하지만 불가(佛家)식대로 뜻을 풀이하면 ‘세속의 번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