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실천연합회 이경율 회장. ⓒ뉴스천지


푹푹 찌는 여름날, 맡기만 해도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오물냄새를 마다하지 않고 아예 오물통에 자신의 몸을 내던졌던 사람이 있다.

“1.5미터 깊이 오물통에 들어갔다가 허파까지 밀려 올라오는 가스 때문에 기절할 뻔 했죠.”

(사)환경실천연합회(이하 환실련) 이경율 회장은 불량 오수처리시설 실태조사를 실시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회장은 10여 년간 하수종말처리장, 수질정화·여과 등 설비를 구축하는 환경전문 제조업을 하다가 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환실련은 설립 이후에 20여 건이 넘는 정책제안 사항을 정부에 제출했고 실제 정책방향을 바꾼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듯 환실련의 제안이 그저 제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전문성’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소용없습니다. 이론과 현실을 겸비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을 세세하게 다 알아야 하죠.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제안을 하고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환실련의 국제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세계적인 NGO를 꿈꾸는 환실련의 거침없는 행보를 주목해본다.

다음은 이경율 회장과 일문일답.

 

-환경문제 전문가로 정평이 나있는 것으로 안다. 무슨 계기로 환경문제를 직접 진단하게 됐나?
원래 환경전문제조업을 하다가 정리하고 환경단체를 설립했다. 우리나라 환경관련 법률 상당 부분이 일본법을 마구잡이로 도입해서 현실과 법이 유리된 현상이 많았다. 당시 상황에서 보다 현실적인 환경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와 제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또한 환경단체들이 국가정책에 대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었던 점들 역시 종합적으로 개선하고자 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무엇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인가?
환경단체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먼저 환경을 정말 제대로 알고 얘기를 꺼내야 할 것이다. 짧은 시간에 환실련이 국제적인 NGO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론과 현실을 집약한 환경 전문성 때문이다.


-전문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이 환경단체를 설립한 만큼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앞서 말한 내용을 설립목적과 함께 자세히 풀어 달라.
환경단체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세계를 바라보고 뛰어야 한다. 환경단체에 대한 내 생각은 단호하다. 몇몇 환경단체가 본연의 역할은 하지 못하고 국가정책에 아무런 근거 없이 여론몰이로 반대만 하다 보니 다른 건실한 환경단체도 똑같이 오인 받아 시민들에게 욕을 먹는다.

단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면 그 단체는 시민들이 보는 눈앞에서 사라져야 한다. 기업은 돈을 잃으면 벌면 되지만 NGO는 명예가 실추되면 회복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환실련은 전문성과 국제성을 겸비한 NGO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가장 민감한 부분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일 것이다. ‘이름만 바꾼 대운하 정책’이라는 비난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는 다르다. 운하는 뱃길을 내는 사업이고 4대강 살리기는 국가하천기본정비계획법에 의한 하천정비 공사다. 핵심은 정확한 사업내용과 영향평가서를 보기 전에는 잘했다 못했다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천정비 공사를 시행할 때 물의 유속은 얼마고, 깊이는 얼마고, 폭이 얼마며, 수리학적으로 계산해서 ‘1초당 물 방류량이 얼마가 안 됐을 때는 어떻다’하는 그런 정확한 과학적 근거가 나와야 한다. 근거가 정확할 때 문제점에 대해 대책을 수립하고 대안을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지 근거 없이 반대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옳은 것은 옳다 아닌 것은 아니다’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다.


-국고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경영상 어려움은 없나?
환실련은 국고지원금 10원도 받지 않고 오로지 ‘개미군단’이 몇 천 원씩 내는 회비와 임원들의 출연금으로 운영해왔다. 가장 힘든 것은 일부 몰지각한 단체들이 기업 후원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우리도 그와 같은 단체로 취급하는 점이다. 비리가 있는 곳은 남아있지 말아야 하고 정말 좋은 단체는 살려줘야 한다.


-어려움이 큰 만큼 보람도 클 것 같다.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은 ‘보람’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법령이 잘못돼 농어민들이 오염된 물을 먹을 때 정책제안을 했다. 그로 인해 법률이 개정되고 농어민들이 정수 처리된 맑은 물을 먹게 됐다.

개발제한 구역에 대해서도 정책제안을 해 도시계획을 녹색성장에 유리하도록 정부를 설득시켰다. 그런 것 하나하나가 기쁨과 보람이 돼 나를 이끌고 간 것 같다.



-최근 특별히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 있나?
환실련의 글로벌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첫째, 최대의 조직력, 둘째, 활동력 강화, 셋째, 자생력 향상을 꾀함으로써 향후 5~6년 안에 세계적인 NGO가 되고자 한다.


-기사를 읽는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환경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이 55℃ 물에 들어가면 놀라서 튀어나오지만 40℃에서 60℃로 서서히 올리면 느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기후변화와 온난화 속에서 서서히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오는 것이 난치성 병과 여름 독감인데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환경은 한번 잃고 나면 복원할 수 없는 것이므로 내 자신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금이라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작은 생활 속에서 실천할 때 국가 정책에 이바지하는 국민정서가 형성되는 만큼 국민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


-사회·종교일간지로 출범하는 ‘천지일보’에 한마디 하자면?
언론이 사익에 이끌리다 보면 언젠가는 편향적인 시각에 끌리게 될 것이다. 초심을 잃지 말고 곧은 길을 걷는 정론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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