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문화재단 이석 총재 인터뷰

 

지난 23일 운현궁에서 박종윤 소설가의 신간 역사소설인 ‘의친왕 이강’ 출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저자 박종윤 씨와 의친왕의 열한 번째 아들로 알려진 이석(호적명 이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함께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이석 총재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함께 우리나라가 가져야 할 올바른 역사관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버지 의친왕과의 추억

▲ 운현궁을 뒤로 이석 총재가 서 있다. ⓒ뉴스천지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 놓는 이석 총재는 곧 고희를 바라보지만 마치 유년 시절로 돌아간 듯 표정이 해맑았다.

이 총재는 “아버지께서 예순 둘에 날 낳으셨다. 그래서 할아버지 같은 아버지였다”며 아버지에 대한 회상에 잠겼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시절 1951년 1월 4일에 북한군이 남침했을 때다. 어린 이석은 당시 72세의 아버지 이강과 함께 창덕궁 낙선재에서 나와 인천으로 향했다.

인천 바닷가 부두에서 부산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아버지 이강이 보이지 않자 그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아버지를 찾아 헤맸다. 수많은 피난민을 헤치며 결국 다다른 곳은 미국 군함 앞이었다.

그 곳에 앉아있던 아버지를 발견하고 “아버지”를 불렀을 때 의친왕은 유창한 영어로 미국 해군에게 “He is my son. He is royal prince(제 아들입니다. 황손이죠)”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아버지의 건강은 연세에 비해 좋았다”며  “이른바 ‘임꺽정’식 삶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일제침략 때부터 하루에 소량의 비상(독약류)을 먹었으며, 날마다 거르지 않고 운동한 결과 부산에서의 피난시절, 70대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손으로 동전을 구부러트렸다”고 회고했다.

이 총재는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도 범상치 않았다. 1955년 8월 15일에 임종을 하셨는데 일주일간 아버지께서 벌떡 벌떡 일어나셨다”며 “또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한쪽에는 조계사 스님들이, 다른 한쪽에는 명동성당 신부님들이 앉았는데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신부님들을 가리켜 결국 장례미사로 드렸다”고 그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우리나라 역사 올바르게 알아야

▲ 이석 총재(왼쪽)와 ‘의친왕 이강’의 저자 박종윤(오른쪽) 씨가 신간 소설 간담회를 끝낸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천지

이 총재는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전주대학교에서 강의를 내려놨지만 “나는 역사 수업을 계속 진행시킬 것이다”라고 말해 역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실제로 요즘 그는 ‘우리나라 역사 바로 세우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 총재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리나라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전주대학교 객원교수로 역사 수업을 맡아 강의를 진행하던 중 학생들의 국사 실력을 보고 경악했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으로 운을 뗀 그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어떻게 조선시대 왕 순서조차도 모를 수 있는지 학생들을 보며 놀랐다. 또 진지하게 강의를 진행하지만 학생들이 소설로 받아들이더라”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젊은이들이 역사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기성세대를 탓했다. 어릴 때부터 예의범절을 가르치기보다 무조건적으로 영어를 강조하는 한국사회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냐며 안타까워 했다.

이 총재는 전통과 역사관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징적인 황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국·벨기에 등 황실국가가 있는 나라를 보면 국가의 정체성과 전통이 살아있다”며 “황실을 상징적으로나마 부활시키면 현재 유럽에서 여는 황실 엑스포 등과 같이 관광산업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우리나라 현 정부와 국민에게 “옛 임금들은 무치(無恥), 즉 부끄러움이 없었다. 이유인 즉, 법도대로 흐트러지지 않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과 소통을 잘 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서로 뭉치고 검소해야 하고 또한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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