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 인터뷰

▲ 녹색연합 최승국 사무처장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천지

조계사 앞 천막 안,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앉은뱅이 의자에 앉은 채로 꾸밈없는 솔직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기나긴 농성의 피로감은 오히려 초연함이 되어 정국의 혼탁한 그림자에 묻힌 어지러움의 파편들을 훨훨 털어내는 듯했다.

“처음부터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시대적 사명감이랄까요… 그런 게 있었습니다.”

그는 섣불리 환경을 외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굉장한 사명의식으로 환경에 뛰어든 것은 아니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는 확실히 조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담박한 내음이 물씬 풍겼다.

80년대 말 군홧발에 짓밟힌 ‘진실’을 목격하면서 그는 ‘새로운 운동’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원래는 지역운동을 하려고 했죠. 그러려면 단체를 만드는 법을 배우려고 했던 것이 녹색연합의 전신인 ‘푸른한반도되찾기 시민의 모임’ 창간멤버라는 인연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렇게 달려온 것이 벌써 20여 년 가까이 됐다. 반정부 시민단체라고 폄하하는 ‘불편한’ 손가락질을 참아내며 그는 오늘도 그 가벼운 헤아림들을 허무라는 이름의 바람 곁으로 하나하나 날려 보낸다.

다음은 최승국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

-환경문제에 어떤 애착이 있어서 환경운동을 시작하신 건가요?
80년대까지만 해도 환경 문제가 크게 대두되지 않았죠. 당시는 통일운동이나 민중운동이 절박했던 시기였으니까요. 그래서 환경에 특별히 신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환경운동을 시작하면서 차츰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처음에 평화운동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녹색연합 출범 당시 걸프전이 발발했는데, 그때 깨달았습니다. ‘평화가 없으면 환경도 없다’는 것이었죠. 결국 평화운동은 환경운동의 근본이며 따라서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반핵·반전 평화운동이었습니다. 지금은 자연스럽게 평화운동영역보다 환경운동영역이 넓어졌죠.

-그럼 ‘평화주의’라는 맥락에서 쌍용차 사태를 바라보신 건가요?
환경운동·노동운동을 떠나서 사람의 기본권·생존권이 가장 중요합니다. 용산참사나 쌍용차 사태는 당연히 힘을 모아서 기본적 인권을 지켜 나가야 하는 사안이었죠.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평화든 생태계든 존엄하게 다룰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녹색연합의 첫 번째 강령이 ‘생명존중’입니다.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존중받아야 합니다.

-쌍용차 사태나 4대강 사업 때문에 본의 아니게 정부와 너무 자주 충돌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4대강 사업은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입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우리가 반대를 하니까 정부에서 녹색연합을 비롯한 1800개 단체를 불법단체로 지명했습니다. 저는 녹색연합이 왜 불법단체인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불법단체가 되면 지원금이 끊기는 것 아닌가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않은 지는 10년이 됐습니다. 다만 기업들 후원금을 시민단체에 내지 못하게 하니까 간접피해가 상당합니다.

-그렇다면 수익창출을 위해 재단설립을 할 계획은 없습니까.
환경운동을 지원하는 재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꿈은 꿔봤지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원래 녹색재단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10년 전부터 해왔죠. 환경재단과 아름다운 재단이 생긴 만큼 지금 시기에 설립해야 하는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녹색연합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줄 압니다. 어떤 점인가요.
일단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참여가 아주 활발하지 않다는 거죠. 시민단체는 말그대로 시민이 주인인 운동이여야 하는데 운동가 중심의 운동이 됐습니다. 시민참여가 적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재정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것과 맞물립니다. 무엇보다도 사회가 각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시민들이 시간적 여유가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점이 아쉽습니다.

-녹색연합이라는 대규모 환경단체를 이끌어 오면서 보람이 있었던 부분도 있었겠습니다.
환경적으로 어려운 시민들을 만나 힘을 합쳐 해결이 되든 되지 않든 시민들이 힘을 얻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끼죠.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그것 역시 큰 보람이겠죠. 어쨌든 지역에 가서 시민들 만나는 일이 여러 가지 일 중에 가장 즐거워요.

-현안문제를 안 짚을 수는 없겠네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잘못됐다는 입장도 많지만
운하와 4대강은 다른 프로젝트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
다른 것은 대통령 말씀처럼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지 않겠다는 것이 다르겠지만 결국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운하보다 4대강 예산이 두 배나 많이 들고요, 그만큼 더 파헤치고 낭비한다는 것입니다. 강을 막으면 물이 오염되고 물이 고이면 썩게 돼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생태계가 파괴될 수밖에 없고요.

-‘마스터플랜만 보고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라는 말은 어떻습니까.
세부적인 것은 그럴지 몰라도 마스터플랜에서 기본적으로 나왔던 것이 16개 보를 설치하고 5.7억㎥의 준설 구간을 지정한 것입니다. 아웃라인만 봐도 예측이 가능하죠. 한탄강 하나만 해도 10여 년 동안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반대해서 아직도 해결이 안됐는데 1년 사이에 뚝딱 20여 개의 댐을 만들겠다는 것은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사업을 시행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너무 정치에 민감하고 정부에 반대의견만 내놓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환경단체 본연의 일은 환경을 지키는 것입니다. 정부가 환경을 잘 지키고 있는데 지역주민들이 이기주의에 빠져있다면 오히려 우리는 정부를 지원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라고 해서가 아니라 前 정권 시절에도 녹색연합은 비상 시국선언을 할 만큼 많이 부딪쳤습니다.

어느 정부든 상관없이 환경에 유해하면 우리는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고, 우리가 싫어하는 정부라고 해도 정책을 잘 펴면 협조하는 것입니다.

-최근 사업 중에 이것만큼은 꼭 해내야겠다는 것이 있다면.
지금으로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것은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있지만 대규모 국책사업은 시행되면 그것을 원상회복 하는데 100년, 200년이 걸립니다.

그 다음 문제는 기후변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된 문제인데 한국에서는 다른 사태가 복잡해서 이 심각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습니다.

-혹시 미디어법과 관련해 성명을 내셨습니까.
최근에 야당을 만나서 그 문제로 의논을 했습니다. 언론의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언론이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는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언론이 만약 정권의 앵무새가 된다면 4대강 사업이 옳다고 할 것입니다. 언론은 언론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단체들의 것입니다.

-이만 줄여볼까 합니다. 시민들에게 꼭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요즘 사람들은 매일 경제, 경제 하는데, 한국은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경제발전이 미비한 나라는 절대적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국민소득 2만 불 가까이 달성할 나라로 좀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돈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그 자체입니다. 돈도 필요하지만 건강도 지켜야 되고 주변 환경도 좋아야 합니다. 돈의 가치로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돈의 가치로 보면 이 모든 것이 망가집니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와 환경은 같이 가야 하고 환경이 망가지면 경제성장도 발목을 잡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100년 전에 어떤 인디언 추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고기 한 마리를 잡아먹고, 마지막 남은 풀 한 포기가 다 죽어가면 그때서야 금화를 씹어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100년 후를 사는 우리는 그 말을 깨닫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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