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에 대한 이해가 먼저”

▲ 박문수 부원장은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스천지

개신교를 향한 그의 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사회 안에 쌓여있던 여러 문제들로, 장로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는 “개신교에서 불거지는 문제들 즉, 목회세습, 배타적이면서 공격적인 선교 등은 한국 사람들이 볼 때 정서적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사람들은 개신교가 좋은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사적인 영역에 들어왔을 때에는 자기들을 너무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전도와 선교라는 것이 종교가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그 방법이나 방식이 일반정서와 과도하게 유리됐을 때는 거리가 생긴다며, 선교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강남의 대형교회들이 계층과 결합되고, 일률적인 모습을 보인 것과 기독교인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노골적으로 특정 정치노선에 지지의사 표명하는 것 등이 일반정서와 어긋났다”며 “이런 모습들이 국민들에게는 약자를 옹호하는 게 아닌 강자를 옹호하면서 거기에 편승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고 개신교 신뢰도가 낮은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금 개신교가 (사회로부터) 두들겨 맞는 것은 한국문화와 공존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라며 “옛날의 배타적인 모습에서 중도(中道)로 오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기에 이 상황을 지혜롭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웃종교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는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각 종교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연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종교 간의 대화를 시도하는 일은 오랫동안 있어왔다”며 “대화라고 해서 서로의 교리를 바꾸기 위한 대화가 돼서는 안 된다. 교리에 대해 대화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2005년도에 조사한 한 설문조사에서 “각 종단의 지도자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협력사업, 평화나 환경문제, 해외원조 등으로 이런 문제라면 큰 마찰 없이 협력하고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지금으로서는 종교 간 화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구호활동과 사회문제에 있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대화가 중요한 것은 상호 간에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며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도 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해 먼저 이해하게 된다”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직접 만나기 전에는 내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대화하다보니 상대방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어떻게 보면 나보다 매우 상식적이고, 나보다 더 건전하고 이런 사람들도 있음을 알게 된다”며 “저 같은 경우도 불교에 대해 공부하면서 불교에 대한 이해도 많아졌지만, 불교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도 많이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더불어 종교라는 것이 본인이 성장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는 집안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개인의 문화가 아니고 집안과 공동체의 문화로 내려온 만큼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종교를 선택할 때 압력이 굉장히 적다. 압력이 적다는 것은 개종압력이 적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이슬람 지역에서 개신교로 개종을 한다는 것은 그것은 목숨을 거는 행위다. 특정 종교가 강한 지역에서 개종은 분명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개종이 자유다. 개종에 대한 스트레스도 주지 않는다”고 설명, 종교 간의 이동이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음을 강조했다.

“보편성 잃은 종교는 신뢰도 잃는다”

▲ 박 부원장은 “종교가 보편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뉴스천지

그의 말에 따르면 이런 사회에서는 굳이 선교를 하지 않아도 오픈된 정보를 통해 종교를 선택하게 된다. 즉, 오픈된 정보를 통해 각 종교에 대한 인상을 갖게 되고, 그 인상 여부와 그 종교가 사회에서 하는 역할, 노력 이런 것들에 의해 이미 종교에 대한 인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에서의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와 더불어 인간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종교가 가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 대다수가 정신적인 어려움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런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게 종교의 역할이다. 그런 역할은 안 하고 다른 힘을 빌려 영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한심한 노릇이다”고 종교계의 현실에 비판을 가했다.

더 나아가 “지금 요구되는 역할은 이러한 것인데 자기네 덩치 키우기에 주력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앞서 말한 종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다시 한번 언급하며, 종교 본연의 모습과 본성을 악화시키는 정치세력화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종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정교분리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특정 종교가 특정 계급과 일치하게 되면 보편성을 잃는다. 보편성을 잃으면 특정계급에만 설득력 있는 종교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된다. 왜냐면, 그것은 특정계급의 종교고 모든 인간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교문화에 대해 연구하는 만큼 사회 속 종교의 역할과 위치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남다른 그에게 종교의 보편성 여부는 사회와의 공존이냐, 아니면 나 홀로 ‘독불장군’이냐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특정계급에 국한된 종교는 ‘보편’이 아닌 ‘특수’가 되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은 특수집단의 종교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치세력화는 그런 위험을 안고 있다. 특정계층이 배제된 종교는 보편적이 아닌 당파적 존재가 된다. 스스로 당파적 존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종교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행히 우리나라는 종교인구가 50%를 조금 넘었고, 그 종교인구 안에서 50%를 넘는 종교가 없어 서로 견제가 되고 적절한 긴장관계에 있기 때문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긴장관계로 인한 평화유지가 아닌 상호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유지가 돼야 할 때”라고 화합과 상생, 공존의 길로 나아가길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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