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사)한국사랑의울타리회 김혜린 원장 인터뷰

(사)한국사랑의울타리회,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재활쉼터의 좋은 본보기

▲ 사랑의울타리회 김혜린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흔히 ‘노숙인’ 하면 잘 곳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부랑인으로 인식했던 한국사회에서 노숙인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부터다. IMF 위기로 실직상태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이들을 노숙인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숙인이 형성되는 사회적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노숙인 개인의 문제로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재활의 의지를 가진 노숙인에게 재기의 희망을 주고자 10년째 운영되고 있는 쉼터가 있다.

물 맑고 친환경농업 특구로 알려져 있는 경기도 양평군의 용문명 화전리에 위치한 (사)한국사랑의울타리회 양평쉼터가 바로 그곳이다.

“지난 1996년에 급성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편 때문에 처음 이곳에 발을 내딛었죠. 처음엔 제가 양평쉼터 운영하는 것을 엄청 반대했어요.”

폐교가 돼 쓸모없이 보이던 초등학교 부지에 사랑의울타리회를 세운 장본인은 다름 아닌 김혜린 원장의 남편 정창덕(한국유비쿼터스학회 회장, 고려대) 교수였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정 교수를 위해 아내 김 원장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남편을 살리는 일에만 몰두했었다.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식이요법은 다 해봤다는 김 원장은 의사가 다 돼 있었다.

아내의 지극한 간호 덕분에 백혈병을 이겨낼 수 있었던 정 교수는 헌혈을 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수혈을 받을 수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잊지 않고 10년 전 사재를 털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쉼터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화여대 법학과 출신에 애완견 관련 사업으로 꽤 잘나가던 사업가였던 김 원장에 있어서 쉼터운영은 이해가 되지 않았을 법하다.

하지만 현재 김 원장에게 양평쉼터는 그의 분신이자 자신의 인생 10년을 고스란히 바친 곳이기도 하다. 사회복지 마인드 없이 이곳에서 일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김 원장은 생소했던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일에 사명감 갖고 뛰어들었다.

▲ 사랑의울타리회 김혜린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사랑의울타리회를 심하게 반대했다던 그는 어느새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기쁨에 빠져 있었다.

노숙장애인이나 무의탁 노인 등 150여 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랑의울타리회는 김 원장을 비롯한 사회복지사들의 노력으로 쉼 없이 희망을 일궈내고 있다.

“처음에는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죠.”

사랑의울타리회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농번기에 모자라는 일손을 돕기도 하고 밤에 마을을 돌며 방범활동과 청소를 하는 등 마을의 애로사항을 돕다 보니 어느새 마을 주민들과 이웃이 됐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협력하는 법을 터득한 사랑의울타리회는 재활쉼터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특히 사랑의울타리회에서는 재활프로그램 운영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는 허브를 재배하거나 장수풍뎅이를 길러 상품화하기도 하며, 마을에서 제공해 준 휴경지에 특용작물인 자황고구마를 재배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또한 일용직 및 정규직 소개, 공공근로 등으로 일거리를 제공하고 일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주고 있다. 사랑의울타리회는 자체적으로는 쇼핑백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앞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 분야별 재활 프로그램이 성공해서 이곳의 주거환경과 함께 쉼터 이미지가 개선돼 입소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노숙인’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후원도 부족하고 운영상 애로사항이 많다.

지금의 사랑의울타리회를 건축하는 과정에서도 사람을 잘못 만나 본인이 직접 건축공부를 독학하면서 만든 곳이기에 이 같은 그의 바람이 더욱 간절하게 들린다.

김 원장은 온화하고 선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깊은 질고의 고통이란 비싼 값을 치르면서 인생 경험을 톡톡히 했다.

초벌에 굽는 온도가 800°C 정도라면 재벌에는 1500°C에 해당되는 온도로 8~10시간 정도나 불로 연단해야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된다.

강도 높은 열기를 이겨내 비로소 아름다운 작품이 되는 도자기를 빼닮은 김 원장. 그와의 대화 속에서 인생의 깊이와 함께 그의 강한 내공을 엿볼 수 있었다.

문의) 031-773-4982, 3982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