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희자양 노영희 대표
고문헌 속 전통기법 복원해 빚은 ‘석탄향주’
오랜 숙성기간 거친 부드럽고 달콤한 맛 일품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향이 뛰어나 차마 삼키기 아쉽다”는 뜻을 가진 전통주 ‘석탄향(惜呑香).’ 마치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견하고 복원하면서 그 안에 감춰진 비밀을 벗겨 내듯, 문헌으로만 존재해 맥이 끊기고 사장되고 말았을 전통주 ‘석탄향’도 이를 복원해내는 손길을 통해 진면목을 드러낸다.
전남 함평에는 석탄향을 복원해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전통주가 있다. 바로 전통기법으로 빚은 유기농 자연 발효주 ‘자희향.’ 얼마 전 삼성그룹 신년 만찬에도 사용돼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유)자희자양 노영희 대표는 300여 년 전 기록을 바탕으로 5년간 노력 끝에 ‘자희향’을 탄생시켰다.
노 대표는 “자희자양(自喜自養)은 스스로 술 빚기를 즐긴다는 의미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복원하고 있다”며 “일제 강점기로 인해 끊어졌던 우리 술 문화의 맥을 이어가고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희자양에서는 ‘자희향(自喜香, 저절로 그 향기에 기뻐하다)’이라는 상표명으로 탁주와 약주를 생산하고 있다. 멥쌀을 불려 곱게 갈아 죽을 만든 후 전통누룩을 넣어 효모를 증식시켜 밑술을 만든다. 여기에 찹쌀로 만든 고두밥을 넣어 덧술을 만들고 3개월 동안 숙성시키면 ‘자희향’ 탁주가 탄생한다. 옹기에서 저온 숙성시킨 이양주(두 번 빚은 술)로 숙취가 없고 하루 1~2잔 반주로 마시면 건강에도 좋다는 것이 노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술의 맛과 향은 장인의 정성과 숙성기간 그리고 누룩에 의해 결정된다”며 “자희향에 쓰이는 전통누룩은 일반적으로 입국(쌀, 밀가루 등 전분질 원료)과 달리 양조가의 가공 방법과 배합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비법 재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숙성기간이 짧아 탄산가스가 많고 첨가제 등으로 인위적인 단맛을 내는 일반 막걸리와는 달리 오랜 숙성기간 자연발효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노 대표가 꼽은 ‘자희향’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약주의 숙성기간은 4개월 이상이다. 은은한 과일향과 깔끔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10년 전 전업주부였던 노 대표는 한식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막걸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록담 전통주 명인이 쓴 책을 접하고는 그의 제자가 돼 3년간 공부했다.
전통주는 곧 역사이자 문화라는 노 대표. 그는 고문헌 속 전통주 제조기법의 매력에 푹 빠져 그야말로 정신없이 공부에 몰두했다.
그러던 중 2006년 그의 고향 함평군에서 열린 국향대전에 참가해 국화주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것이 귀향까지 하며 본격적으로 술을 빚게 된 계기가 됐다. 고문헌에 기록된 방법 그대로 복원한 전통주를 상품화시킨 사례는 당시 그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수작업으로 빚은 전통주는 일반 술과 비교하면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다.
노 대표는 이러한 전통주 가격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견학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곳에서는 농가에서 생산한 과일로 술을 빚고 갤러리를 조성해 홍보와 판매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양조장을 개방하고 술 빚는 과정을 탐방객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3년 전부터는 체험장을 마련해 체험과 시음, 견학 등을 결합한 관광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점점 소비자들이 전통주 가격에 대한 타당성을 인식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판매로도 이어지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노 대표는 “문헌 속 전통주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전통주가 세계화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제대로 된 좋은 술을 빚어 세계적인 명주로 만들 뿐만 아니라 후손에게도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광주전남지방중소기업청 김성현 박사는 “자희자양은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만찬주로도 사용됐던 전통주를 만들어낸 전문업체”라고 설명했다.
[심사 코멘트]
유한회사 자희자양은 전통주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벤처기업인증과 농공상 융합형 중소기업 인증을 받은 업체입니다. 대표상품 자희향은 박록담 명인의 30여 년 연구를 사사 받은 노영희 대표가 자연의 단맛을 살리기 위해 햅찹쌀, 전통 밀누룩 등을 원료로 제조했습니다. 인공감미료도 첨가하지 않아 은은한 향이 나는 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통주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자희향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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