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인터뷰

▲ 길원옥 할머니.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조선 여성은 20여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는 234명에 불과하고 그들 중 현재 생존자는 90명 뿐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사는 이유

1945년 8월 15일. 온 국민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해방의 감격을 누리던 날, 행여 정체가 드러날까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으로 방에서조차 나오지 못했던 18세 소녀가 있었다.

13살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돈을 벌 수 있다는 속임수에 넘어가 만주에서 위안부 생활을 시작했던 어린 소녀. 수많은 일본 군인을 상대하며 성병에 걸려 양쪽 나팔관을 막고, 20대에 자궁을 드러내야 했던 바로 길원옥 할머니(82)다.

길 할머니는 해방된 지 64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채 응어리진 설움과 아픈 기억들을 삼키며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일본대사관 앞으로 간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심어린 사죄와 배상’을 위해서다.

길 할머니는 10여 년 전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공개한 이후, 병원에 입원하거나 증언을 위해 외국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한 번도 수요시위에 빠진 적이 없다고 했다.

길 할머니는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대수술을 4번이나 받아 자궁도 쓸개도 몸 속에 있어야 할 게 하나도 없지만 여태껏 기적적으로 살려둔 것은 마지막까지 증언을 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라는 뜻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니 그야말로 힘이 들어도 어디든 부르면 찾아가 증언도 하고 시위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한일 과거사 청산 의지가 높은 하토야마 정권을 다소 희망적으로 바라봤다.

할머니는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급하게는 안 해도 천천히 과거사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18년 동안 이렇게 지루하게 세월을 보냈으니 빨리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의 극우세력이 워낙 완강한 터라 하토야마 신임 총리가 야당시절 주창했던 과거사청산이 과연 실현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 길원옥 할머니.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에 길 할머니는 “세계가 너희(일본) 그래서 쓰냐(되겠나). 왜 한국에다 잘못했다는 말 안하느냐고 야단들이다. 세계에서 그러는데 혼자서 버틸 수 있겠느냐”며 “잘못은 잘못이라 시인하고 바른 교육을 해야지. 우리가 다 죽으면 없어지는 줄 아나? 악한 것은 언젠가 드러나게 돼있고 그냥 묻혀서 끝나는 법이 없다”고 말해 당장은 아니어도 머지않아 자복할 것이라 기대했다.

길 할머니는 위안부문제 해결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을 위해서’임을 분명히 강조했다.

할머니는 “일본이 시방 사죄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저들 나라 망신이고 저들이 고통이지, 우리에게 고통될 일은 하나도 없다”며 “우리들이 다 죽고 나면 그냥 끝나겠거니 생각할지 몰라도 역사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게 안된 거지. 우리는 애들이 없나? 수요집회를 하면 낳지도 않고 본적도 없는 애들이 와서 ‘할머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하고 소리 지른다. 그럴 때면 어디라도 가서 세상에 알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길 할머니는 또한 피해 생존자들이 살아있을 때 뜻을 맞춰야 후손들도 편안하지 않겠냐며 당대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후대까지 고통 받게 할 이유가 뭐 있냐며 반문했다.

또 “우리나라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나라가 없으면 얼마나 참혹한지, 나라의 중요성을 시방 우리 산 증인들이 있을 때 꼭 깨달았으면 좋겠다. 튼튼한 나라를 만들어야 우리 같은 사람이 안 생긴다. (이같이 시위하는 것도) 튼튼한 나라 만들어 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거듭 강조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 2004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정대협은 앞서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된 역사 문서와 자료를 소장하고 현재 진행 중인 전쟁과 여성 인권에 관한 소식, 역사체험 공간, 추모와 치유의 공간을 통해 인권 역사의 산 현장이 되도록 하겠다”며 박물관 건립 취지를 밝힌 바 있다.

후원) 신한은행 140-003-119353(예금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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