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영어섹션지 global news CheonJi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이번 호에는 △표류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실질적 결과로 주목 받는 세계평화운동가 이만희 대표의 평화행보 ▲100년 전 동북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한 안중근의 동양평화론 ▲과테말라에서 시작돼 멕시코까지 전해졌던 놀랍고 미스터리한 마야문명의 변천사 ▲최근 뜨고 있는 ‘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의 특성과 논란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습니다. 영어섹션지에 실린 한글 기사 원문은 인터넷 뉴스천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파주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 전시돼 있는 증기기관차. 이 화물열차는 신의주와 평양까지 이어진 경의선을 달렸으며, 6.25당시 피격 당한 1000발 이상의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영문판 ▶ [global news CheonJi] President Park’s Dresden Declaration Adrift

북한 “흡수통일 논리” 거부
5.24조치 해제론 커져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반도 통일의 톱니바퀴가 헛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밝힌 통일 구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남북 양측이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통일에 대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지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한반도 통일 준비 구상’은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으로 불린다. 앞서 그가 발표했던 ‘통일대박론’이 통일의 필요성과 목표를 제시한 것이었다면 드레스덴 선언은 실천방안을 담은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의 구현 방안으로 3가지 어젠다를 제시했다.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Agenda for Humanity)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공동 구축(Agenda for Co-prosperity)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Agenda for Integration) 등이 그것이다.

기존 통일 구상이 제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박 대통령의 그것은 주민생활 개선과 인도적 지원에 무게를 둔 것이다. 북한 주민 지원 확대로 통일의 여건을 성숙시켜 나가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제안은 당사자인 북한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의 돌아온 건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비난과 무력시위, 핵위협이었다.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흡수통일 논리에 불과하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북한 공식 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역시 드레스덴 선언을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해치기 위한 것’ ‘체제통일 시도’ ‘도발 행위’ 등으로 표현하며 비난했다.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 이후 3일 만에 제4차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치거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지역으로 사격 훈련을 하는 등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켰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반응의 배경으로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 문제를 들고 있다. 5.24 조치는 지난 2010년 북한에 의한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내려진 대북제재 조치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2008년 북한군에 의한 남한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됐다.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의 핵심 요구 사항이다. 우리 정부는 이들 사건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상만 중앙대 교수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유연한 조치들이 선행되지 않으면 드레스덴 통일 구상은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우리 정부가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선 이 두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는 그러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5.24 조치와 금강산 문제는 드레스덴 선언과 분리해 접근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잘못은 저질렀으나 대가는 치르지 않는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정부는 (드레스덴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내부적으로 (드레스덴 선언 실행에) 필요한 준비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4월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지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비록 북한이 거부하고 있지만, 원칙을 갖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을 움직일 묘수가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으로부터는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일방통행”이라거나 “현실성이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박 대통령의 원칙이 북한 지도부를 길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내놓을 때가 됐다”며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우리의 요구를 ‘딜’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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