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주신문’ 1939년 3월 31일자(제공:민족문제연구소)
“멸사봉공(滅私奉公),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주군 혈서지원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친일인명사전 등재를 추진하면서 그 후손과 논쟁을 벌이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는 최근 일본에서 입수한 박 전 대통령의 혈서지원 기사가 실린 1939년 3월 31일자 ‘만주신문’ 사본을 공개했다.

일본어로 발간된 만주신문 기사에는 당시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군 군관학교 입학을 위해 보낸 지원 서류에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라는 혈서를 동봉한 사건을 소개했다. 또 편지에는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一死奉公)의 굳건한 결심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혈서를 쓰면서까지 간청한 끝에 1940년 4월 신경군관학교에 입학해 군사교육을 받고 2년 뒤 우등생으로 졸업했다. 이어 일본 육군사관학교에 편입한 뒤 1944년 일본 육사 27기로 졸업했다. 그해 12월 일본군 예비역 소위로 편입되면서 만주국군 보병소위로 임관하고 작전참모 등을 지내다 1년 뒤에는 중위로 진급했다.

연구소가 이번 자료를 공개하게 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지난 10월 28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대해 게재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후 친일인명사전 발간의 본지가 흐려지고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박정희 임시 육군 군인(군속)계. (제공:민족문제연구소)
민족문제연구소는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이어 1991년에 설립돼 한일 과거사 청산 문제 등을 연구해 오다가 최근에는 친일인명사전을 발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소위 ‘친일파’의 후손들의 거센 반발과 고소가 이어지고 있어 발간이 가까울수록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박전대통령 자신의 언행이 담긴 객관적인 원사료를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 확대를 막고, 이성적인 토론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4370여 명의 친일 행적이 기록된 친일인명사전은 반민특위 해체 60년, 편찬위원회 출범 8년 만인 오는 8일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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