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시절 기독교내 진보적 세력 약화 위해 종교대책반 운영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연합단체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를 들 수 있다.

NCCK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분이신 하나님을 주(主)로 고백하는 신앙운동, 선교를 위한 교회들 간의 유대와 연합운동,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및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한 공동증언의 사업을 전개’ 하기 위해 1924년 9월 24일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 창립돼 현재에 이르렀다.

이미 한국교회의 연합과 선교,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위해 창립된 NCCK라는 연합단체가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한국교회의 연합단체로 나타난 한기총의 탄생은 예사롭지 않다.

진정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기를 바라고,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백성을 양육하는 목자로서의 의무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서로 다른 두 연합단체가 존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교회를 위해 탄생했다는 한기총의 탄생배경과 이들 단체가 한국교회를 위해 어떠한 사업을 펼쳐왔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해 vs 정치적 이유로 한국교회 분열 선택

한기총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기총의 탄생을 한국교회의 모든 교단을 하나로 묶어서 정부나 사회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가 한국교회에 주신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으면서 연합과 일치를 이뤄 교회 본연의 사명을 다하는 데 일체가 될 것을 다짐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기총이 말하는 한기총의 탄생과정은 다음과 같다.

한국교회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 범 교단의 교회지도자들이 1989년 2월 9일 대전 유성에 모여 마음을 모았으며, 같은 해 4월 28일 한경직 목사 외 300여 명이 서울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창립 준비위원회 총회를 가졌다.

이후 11월 2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각 교단과 단체의 파송 대표 연석회의를 열어 창립총회 장소와 일정을 결정했다. 그 한 달 뒤인 12월 28일 서울 강남침례교회에서 창립총회를 개최, 36개 교단과 6개 단체에서 대표 121명이 참여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탄생하게 됐다.

이런 한기총의 입장과는 다르게 이들의 탄생배경에 대해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기총의 탄생이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백종국 교수는 한기총의 탄생이 한국교회의 분열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백 교수는 “한기총은 1989년 2월 노태우 정권 퇴진 운동이 한창일 때에 유성에서 모인 20여 명의 각 교단 원로들에서 시작했다”며 “이들이 주창한 이 단체의 일차적 목적은 ‘한국 기독교의 연합’이었지만 매우 모순된 목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한국교계에는 1924년 9월에 수립돼 당시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라는 교회 연합체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들었다.

백 교수는 “따라서 이들이 새로운 조직을 만든 진정한 이유는 1989년 1월 7일자 <동아일보>가 보도하는 바처럼 ‘NCCK 내의 보혁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기독교 내의 일부 보수적 세력들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민주화 지지 입장에 반대하기 위해 이 단체를 결성했으므로 정치적 입장 때문에 교회의 분열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무분별한 이단정죄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탄생했다고 주장하는 한기총은 창립목적과는 다르게 한국교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성경 안에서 하나가 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상대를 ‘틀렸다’라고 말하며 저주하고 핍박하기를 일삼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교회를 어지럽히고 하나님의 말씀과 다르게 가르치는 곳이 있다면 마땅히 경계해야 하며, 한국교회에 주의를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생각과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성경에 비추어보지도 않고, 앞뒤 정황을 살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권력을 남용해 이단이라 정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마치 한기총에 가입된 대형교단의 창시자인 칼빈의 행위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장로교의 창시자 칼빈이 제네바에서 종교국 수장으로 있을 당시 성경에 맞지 않는 ‘절대예정론’을 주장하며, 자신의 의견이나 교리에 반(反)하는 사람들을 ‘이단’과 ‘마녀’로 정죄하고 화형과 극형으로 죽인 일은 종교인을 떠나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바로 이러한 일들이 오늘날 종교세계 안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단체인 한기총이 앞장서서 ‘이단’이라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을 일삼고 있다.

성경 어디에도 형제와 싸우고, 저주하고, 비판하고, 판단하라는 말은 없다. 이들이 말하는 ‘이단’이 과연 어디인지 알아봐야 할 것이다.

초림 예수님께서 당시 종교지도자들을 향해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대로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그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그가 거짓말장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라(요 8:44)’라고 말씀하셨다.

당시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향해 ‘나사렛 이단의 괴수’라고 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마귀의 자식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들이 정통이라 생각했겠지만 그들은 장로들의 유전을 지키는 전통이었을 뿐이었으며, 당시 정통은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예수님이었다. 이렇듯 정통은 하나님이 함께 계시는 곳이며,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자는 남을 저주하거나, 핍박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니 사랑으로 하나님의 양들을 양육하며, 또한 하나님은 말씀이시니 그 말씀대로 행하는 자가 정통이며,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곳이 정통임을 알아야 한다. 말씀이 없고 핍박과 저주를 일삼는 곳은 결코 정통이 될 수 없다.

◆한기총은 종교대책반의 결과물

모 언론은 보수단체인 한기총 등 5공과 6공 정권 당시에 탄생한 보수단체들이 종교대책반 활동의 결과물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오충일 목사가 ‘국정원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진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한국교회의 분열이 교회 외부의 정치세력들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뉴스앤조이>나 <시민의신문>과 같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 초기부터 5공화국 세력들이 기독교 내 진보적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종교대책반을 운영하고 보수 온건세력의 조직화를 지원했음을 입증하는 문건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는 <뉴스앤조이>의 박철언 씨 인터뷰에서도 확인됐으며, 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인 오충일 목사에 의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백 교수는 “오 목사는 당시 안기부의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며 “물론 이 단체의 창설에 참여한 분들의 인격을 생각해 볼 때에 외부 세력의 공작이 한기총 창설의 유일한 요인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함을 내비쳤다.

◆집권세력 지지를 위해 동원된 기독교 보수세력

한편에서는 ‘한기총의 뿌리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당시 삼선개헌을 지지하는 보수세력들을 결집시키려는 김종필의 정치적인 계획에 따른 보수 기독교인들의 결집이다’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백 교수는 이에 대해 “1969년에 발생한 삼선개헌 사건과 1989년에 창설된 한기총을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구태여 ‘뿌리’를 따진다면 삼선개헌이나 10월 유신 혹은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와 같은 정치적 변동기에 집권세력 지지를 위해 동원됐던 기독교의 보수적인 세력들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보다 더 멀리는 일제하에서 현실론을 내세워 신사참배를 받아들였던 기독교 세력을 들 수 있겠다”며 “어느 시대에나 정치권력은 종교를 지배의 외피로 삼고자 노력했다. 또한 인류 역사는 종교가 정치권력의 정당화를 위해 봉사하면 반드시 부패하고 타락했다는 사실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독교가 바로 서려면 보편타당한 기독교적 가치의 실현 외에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교회가 악용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위한 한기총의 선택

한기총은 탄생부터 지금까지 극우적인 정치활동에 몰두하므로 교회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복음의 문을 가로막았다.

백 교수는 이를 두고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며 “이는 현재 한국사회의 종교인구가 늘고 있는 데 반하여 유독 한국교회만 질적 차원과 양적 수준에서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모습에서 잘 증명된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이유로 백 교수는 “한기총을 해체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발전적으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물론 현 시국의 정치 지형을 생각하면 한기총의 정치적 입장이 다수라고 보지만 민주화와 복지화라는 역사의 방향을 볼 때에 한기총의 입장은 결국 소멸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한기총과 함께 한국교회가 소멸되지 않으려면 한국교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궁극적으로 개별 교단을 해체해 교회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 가장 좋다”며 “대의정치의 해법에서처럼 최대한 중간 단계를 없애고 성도 개개인의 의사가 신속히 반영되고 존중되는 새로운 형태의 ‘한국기독교총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회개하고 한기총식 정치가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극복하기로 결단한다면 한량없이 자비하신 주님의 은총으로 이러한 결과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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