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는 회피, 앙리는 인정 ‘상반 반응’

지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가장 유명했던 사건이 바로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이다.

마라도나는 당시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헤딩을 하는 모션을 하면서 오른팔로 공을 쳐 골문으로 넣었다. 당시 주심은 마라도나의 핸드볼 파울 장면을 놓쳤고 당연히 골로 인정됐다.

이에 대해 마라도나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기는커녕 뻔뻔스럽게 “그 골은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으로 넣은 것”이라며 넘어갔다. 이것이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고 이후 마라도나는 스타급 선수이지만 악동의 이미지가 확실하게 박혔다.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지역 플레이오프 2차전이 벌어진 19일(한국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로비 킨의 선제골로 1, 2차전 합계 동률이 되어 들어간 연장전에서 단번에 아일랜드 골지역으로 넘어온 공을 티에리 앙리가 잡은 뒤 패스를 연결했고 윌리엄 갈라스가 헤딩으로 밀어넣어 골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앙리가 갈라스에게 패스를 하기 직전에 왼손에 명백히 닿았다는 것. 주심은 이를 보지 못했지만 TV 카메라의 렌즈까지 속이진 못했다. 분명히 앙리의 핸드볼 파울이었고 아일랜드 선수들이 득달같이 주심에게 달려들어 항의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러나 주심은 아일랜드 선수들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골로 인정했고 결국 프랑스가 월드컵 본선티켓을 따냈다.

사실상 아일랜드의 월드컵 본선티켓을 ‘도둑질’한 꼴이 된 앙리의 반응은 어땠을까? 마라도나의 악동 이미지와 분명히 다른 앙리는 자신의 잘못을 일단 인정했다.

앙리는 “솔직히 말해서 그 상황은 핸드볼이었다”며 “오심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월드컵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앙리는 “나는 심판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두고 내가 뭐라 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앙리의 ‘핸드볼’은 아일랜드의 8년만의 월드컵 본선진출을 좌절시킨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아일랜드는 이를 두고 ‘앙리가 본선티켓을 약탈했다’며 흥분하고 있다. 마라도나의 ‘신의 손’ 못지않게 앙리의 ‘핸드볼’도 앞으로 상당 기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