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진이 27일(현지시간) 보리스 넴초프 러시아 전 총리의 시신을 들것에 실어 나르고 있다. 러시아 내무부는 이날 유력한 야당 지도자이자 전 총리인 보리스 넴초프가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발표했다. 넴초프는 푸틴 대통령의 정적이었으며 3월1일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주도할 예정이었다. (사진출처: 뉴시스)

반정부 인사 넴초프, 크렘린궁 인근서 총격 받고 숨져
야권, ‘정치적 보복’ 주장… 시내 중심가서 추모 행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지도자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政敵)으로 알려진 보리스 넴초프(55)가 지난달 27일 저녁(현지시각) 피살돼 각국의 비난과 애도 목소리가 높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내무부는 넴초프가 이날 저녁 11시 40분께 우크라이나 모델 출신의 24세 여성과 함께 크렘린궁 인근의 ‘볼쇼이 모스크보레츠키 모스트’ 다리 위를 걷던 중 지나가던 차량에서 가해진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괴한들은 흰색 승용차를 타고 접근해 넴초프에게 6발 이상의 총격을 가했다. 4발이 넴초프의 등에 맞았고, 동행한 여성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연방수사위원회에 따르면 넴초프는 사건 당일 크렘린궁 인근에 있는 반정부 성향의 라디오 방송 ‘에호 모스크비’에서 인터뷰를 하고 나와 붉은 광장 옆의 대형백화점 ‘굼’에서 우크라이나 여성과 만나 사건 현장인 모스크바강 다리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청부살인에 초점을 맞추고 사건 수사를 직접 지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청부 살인이자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중대 범죄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 경찰청 등의 수장들이 사건을 직접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권은 넴초프가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의 대규모 거리시위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갑자기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피살의 배경으로 현 러시아 정부를 지목하고 있다. ‘정치적 보복’이라는 것이다. 이에 야권은 1일 모스크바 남쪽 지역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반정부 거리행진을 취소하고 시내 중심가에서 추모 행진을 벌일 계획이다. 당국은 이번 행사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에서는 넴초프의 피살에 대한 애도와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사건 발생 다음 날 “비열한 살인”이라며 푸틴 대통령을 향해 “이번 암살과 그 가해자를 확실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혐오스러운 살인”이라며 “넴초프는 지칠 줄 모르는 용감한 민주 투사였다”라고 애도했다. 유럽연합(EU)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충격을 받았다”며 조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 직후 “잔혹한 살인”이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 정부에 신속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수사를 요청했다.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 운동을 이끌어 온 대표적 반정부 인사다. 푸틴의 장기 집권 시도 등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최근 들어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경제난 등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