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부클럽연합회 김천주 회장 인터뷰

▲ 제14회 ‘소비자의 날’을 맞아 기념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는 김천주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우리 정부는 소비자를 위해 ‘소비자보호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보호법은 정부가 홀로 조사를 해서 제정한 것이 아니다. 당시 민간단체들이 모여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소비자의 권리가 신장됐다.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자고 외치던 민간단체 대부분은 여성 민간단체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YWCA, 대한주부클럽연합회, 전국주부교실, 한국부인회가 입법 통과를 지지했다. 그 중 대한주부클럽연합회 김천주 회장이 핵심 구성원 중 한 명이었다.

◆여성 평생교육장 소비자 보호로

김천주 회장은 1957년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후 여성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 당시 여자가 대학 과정까지 밟는다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시집을 잘 가기 위해 공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전공이 복지관련 쪽이었기 때문에 배운 것을 토대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매우 낮았다. 중·고등학교까지 다니는 여자는 거의 없었으며,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 집안 살림을 하거나 나가서 일을 하기에 바빴다. 김 회장과 뜻을 같이한 몇몇은 ‘여성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의식을 같이했다. 이에 대학교육 과정을 넘어서 평생교육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바로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생긴 배경이다.

김 회장은 “사회기여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부모의 영향이 컸다. 다른 부모님과 달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여자도 배워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며 “자연스레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여성권익 신장 운동은 곧 소비와도 연결됐다. 당시 한국전쟁이 끝난 후인지라 온 나라는 재건하기에 바빴으며 생산하는 제품들은 질이 낮았다. 전기장판의 경우, 곧장 화재로 이어졌으며 대부분의 제품 역시 양질(良質)이 아니었다.

국산품의 인기가 저조하면서 국민들은 미제, 일제 등 외제상품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좋아했다. 이러한 모습을 본 김 회장은 국산품을 살려야 우리나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사는 것은 곧 나라가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기업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이 제품은 타사 제품보다 질이 낮은지, 가격은 왜 높은지, 정량(定量)인지를 수시로 확인했다.

1969년이 되어서야 소비자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우리 상품을 우리가 고쳐야 국민들이 애용하고, 질 좋은 공산품이 늘수록 일자리도 확대된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다”며 국민의식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녹색소비위한 실천 중요

올해로 14번째 맞는 ‘소비자의 날’의 화두는 ‘녹색소비’다. 김 회장은 “지구온난화가 신종플루보다 무섭다. 섬으로 이뤄진 나라는 해수면이 상승해 점점 땅을 잃고 있다”며 이제는 성장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소비를 미덕으로 삼고 소비와 생산을 늘렸다. 하지만 이는 과소비 문제로 이어졌다. “소비가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생산이 늘면 해외수출을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소비를 지나치게 많이 해 환경을 파괴한다”고 꼬집었다.

그가 추천하는 것은 일 년 365일 중 하루에 하나씩만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개인마다 녹색소비를 실천한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기업 역시 탄소표시제 등 저탄소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정부도 녹색소비를 넘어서 녹색생활을 장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부는 무엇보다 가정을 우선시 여겨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이론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남편과 자녀에게 먼저 인정받아야 사회 일을 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는 것. 이는 요즘 사회 일을 중요시 여겨 가정을 소홀히 하는 주부들을 꼬집는 대목이다.

김 회장 역시 결혼하기 전, 자녀 모두가 초등학교 들어간 후 사회에서 일을 할 것을 남편과 약속했다. 그 전에는 육아와 가사를 충실히 했고 이를 가족들이 인정하고 김 회장이 사회활동을 하는 데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다.

폐지된 호주제와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다. 남성이 무조건 호주가 되는 것은 반대하지만, 집안 뿌리는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가정이 잘 돼야 결국 나라도 잘 되는 법”이라며 말을 마쳤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