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조현배 용산경찰서장

▲ 주민과 함께 골목골목을 순찰하고 있는 조현배 서장.


재개발지구, 전자 상가, 효창공원 그리고 이태원…. ‘용산’은 과거와 현재, 외래문화와 전통문화가 공존하는 특별한 지역이다. 또한 외곽에서 서울4대문 안을 통과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렇듯 복잡하고 다양한 공간인 용산의 치안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하우가 필요할까? 다사다난 했던 2009년, 그 끝자락에서 만난 조현배 용산경찰서장은 ‘소통과 원칙’을 그 대답으로 내놨다.

-올해 용산경찰서의 화두는 단연 ‘용산참사’의 해결일 텐데요. 이와 관련된 소회를 말씀해주시죠.

지난 2월 20일 용산경찰서에 부임하게 되면서 모든 정성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우선 부임 1달 전에 발생한 안타까운 ‘용산참사’로 인해 연일 불법집회시위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법과 원칙에 따라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모든 역량을 총 동원했습니다.

많은 위기와 힘든 순간이 있었지만, 원칙에 바로선 현장관리로 지역의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이제 이해관계기관과 당사자 간의 소통과 합의로 조속히 장례를 치르고 세입자문제가 깨끗이 해소되길 기대합니다.

-용산은 서울교통의 요충지인데다 이태원과 같은 특수한 환경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치안확보를 위해 역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입니까.

먼저 한강대로, 반포대로, 한남대로 등 교차로에 최대한 많은 인력을 배치해 꼬리 끊기를 적극적으로 시행해 소통이 원활하도록 관리해 왔습니다. 아울러 1만 2천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는 이태원, 한남동 지역을 ‘외국인 특별치안 구역’으로 정하고 치안활동을 펼친 결과 지역 안정을 달성했습니다.

-경찰서 내부기강 확립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오셨습니까.

공각사원(公角私圓)이란 말이 있습니다. 공적인 일은 각지고 반듯하게 하되 사적인 일은 둥글고 원만하게 하라는 뜻이지요. 직무와 관련된 ‘신상필벌’을 명확히 해 고의든 과실이든 직원들의 잘못을 덮어두지 않고 밝혀서 기강이 바로 서게 했습니다. 아울러 근무를 잘하는 경찰관에게는 표창을 주고, 일일이 칭찬편지를 전달했습니다. 모두가 듣고 있는 무전기를 통해서 칭찬을 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었죠.

-직원들과의 단합을 위해서도 각별한 노력을 쏟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있습니다. 지구대 순찰팀과의 오찬 간담회를 통해 서장과 현장근무자간의 거리를 좁히고, 상하간의 신뢰와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주민과의 소통 역시 중요한 부분일 텐데요.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방침이 있었습니까.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지구대 방범대원들과의 ‘합동 현장순찰’ 실시입니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합동순찰을 계기로 협력치안에 활력이 생겨났고, 주민의 동참을 이끌어 내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조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민원을 해결했으며, 우범지역은 순찰을 강화하는 등 치안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경찰업무와 관련된 많은 부분을 주민들과 공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경찰서장으로서 ‘국민들의 인식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경찰의 법집행에 순응하는 문화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집회현장, 신고출동현장은 물론 교통단속과정, 검문검색 과정에서 경찰의 법집행에 저항하는 인식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술에 만취한 채 지구대에서 행패를 부리는가 하면,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하고,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관과 장시간 실랑이를 벌이는 행위들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역할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지역사회에서부터 경찰과 함께 치안에 협력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경찰의 수사는 실체적인 진실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고 있는 만큼, 한번이라도 사건 담당자에게 부탁을 해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생각은 접어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평소 품고 있었던, 향후 경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경찰은 지금도 주민 친화적인 치안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외부에서 느끼는 감정이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러한 점을 바꾸기 위해선 경찰이 군림하는 자세에서 봉사하는 자세로 나아가야하고, ‘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하지 않도록 하는 계도와 계몽’이 있어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간단한 도로교통법 위반에 적발되더라도 ‘재수 없어 나만 걸렸다’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공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경찰이 먼저 단속에서 지도하는 자세로, 무서운 존재에서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으로 주민 곁으로 다가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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