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케냐 북동부 엘와크 마을 시외버스 안.

무장단체 ‘알샤바브’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길을 막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는 무슬림만 다시 버스에 타라고 합니다.
무슬림은 살려두고 기독교인들만 골라내 살해하려 한 것입니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는 그때.
한 무슬림 남성이 다른 무슬림 승객들과 함께 용감히 나섰습니다.

“기독교인을 죽이려면 우리 모두 죽여라.”

결국 시간이 지체될 것을 우려한 괴한들은 도주하려던 승객 2명만 사살한 채 급히 자리를 떴습니다.

자칫 엄청난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테러. 한 남성의 용감함이 수많은 생명을 살렸습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그 무슬림 남성은 케냐 북부 만데라의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던 살라 파라. 괴한들이 버스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쏜 총을 맞고 이튿날 나이로비의 케냐타 국립병원으로 이송돼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끝내 지난 18일(현지시간) 숨을 거뒀습니다.

다섯 자녀의 아버지인 파라. 이달 초 병상에서 미국의 소리 방송을 통해 전한 메시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립니다.

“사람들은 어울려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우리는 형제들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종교뿐이다. 무슬림 형제들에게 부탁하건대, 기독교인들을 잘 돌봐줘라. 그래야 기독교인들도 우리를 잘 돌볼 것이다. 서로 돕고 더불어 평화롭게 살기 바란다.

‘다름’을 이유로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분쟁을 일삼는 요즘.

파라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보여준 삶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전하며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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