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이 제거한 지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김기호 소장)
“전쟁이 끝나고 분쟁이 종식돼도 지뢰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없습니다.”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이 “대인지뢰는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지도 못하고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며 평화로운 삶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방해한다”며 지뢰 제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2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북한 군사적 회담을 통해 대인지뢰전면사용금지 국제협약에 동시 가입하고, DMZ(비무장지대)에 매설된 대인지뢰를 남북이 공동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 지뢰가 DMZ에는 어느 정도 묻혀 있나.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DMZ 군사분계선 남쪽지역에 대한민국이 설치한 매설 정보가 있는 지뢰가 M14대인지뢰 29만발, M16A1대인지뢰 31만발, M15 및 M19대전차지뢰 27만발 등 97만여발의 지뢰가 묻혀 있다. 하지만 1970년 이전에 매설한 지뢰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한국지뢰제거연구소가 접경지역과 DMZ에서 지난 10년간 인도적 지뢰활동을 한 결과, M14대인지뢰는 6.25전쟁 당시에는 사용하지 않았고 1955년 미국에서 생산해 반입됐다.

또한 1954년 이후에 생산된 M2A4 대인지뢰와 M3대인지뢰가 발견됐으나 이들 지뢰에 대한 정보를 우리 군이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이로 볼 때 군이 매설 정보를 보유하지 않은 지뢰를 포함해 약 130만의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한다.

- 지난 2001년 이후 지뢰사고는 얼마나 발생했나.

2001년 이후 현재까지 지뢰폭발 사고가 61건이 발생해 11명이 사망하고 72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중 군인의 경우 사고 25건에 2명 사망, 28명이 발목 등을 절단당하는 부상을 당했다. 민간인의 경우 36건 사고에 9명 사망, 44명 다리 절단 등의 부상을 당했다. 군인보다 민간인이 훨씬 많이 지뢰폭발로 피해를 보고 있다.

-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DMZ에 매설한 대인지뢰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통일 대박은 말장난이다. 생명을 죽이는 비(非)인도적 살상 무기를 제거해야 한다. DMZ는 비무장지대이자 평화지대다. 군사정전 협정상 지뢰를 매설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정전협정 정신에 따라 DMZ에 매설한 지뢰와 군 초소에 상주하는 무장병력을 철수하고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DMZ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DMZ는 군사적 무장 충돌을 방지할 목적으로 설정된 완충지대로 이곳을 남북한 교류협력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DMZ 내에 생태계 보전이 필요한 곳은 유네스코 생물보전권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생태평화 세계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

- 지뢰 제거와 관련해 정부의 어떤 대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지뢰는 땅속의 ‘숨은 살인자’로 불린다. 지뢰를 매설한 정보가 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M14플라스틱 대인지뢰는 직경 55mm, 높이 40mm, 98g으로 아주 작고 가벼워 여름철 폭우 시 빗물을 따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탐지 식별 제거가 대단히 어렵다.

국제사회와 같이 지뢰 탐지 제거경험이 있는 숙련된 민간의 지뢰제거 전문기술을 활용해 민간 비영리 지뢰제거 조직을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DMZ 일원의 지뢰를 제거하는 문제를 정책적으로 검토해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