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27일 서울역 접견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과 본지 이상면 대표이사가 신년대담을 진행했다. 이 의원은 야권 통합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위기를 좋은 기회로 활용
‘새정치’보다 ‘참정치’ 중요
‘야권통합’은 숙명적 과제
독과점 격파 등 혁명 필요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20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야권이 핵분열 상태에 빠진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분열하면 공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과 충남지역에서 조세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국회에 입성한 3선의 이 의원은 원내대표와 예결위원, 대전시당위원장 등을 지냈고 현재 국회 법사위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본지 이상면 대표이사와 가진 신년대담에서 현 야권분열 문제를 진단하고,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분열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당에 몸을 담고 있는 의원으로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또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된다고 보는가

국민들이 굉장히 실망스러운 시선으로 당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점에 대해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죄송하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 집권세력은 위기에 놓인 한국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퇴행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이 좀 더 유능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박근혜 정권과 집권 세력에 대해 자신있게 심판하고 퇴출명령을 내려야 마땅한데 오히려 야당이 국민에게 믿음을 못 받고 있어 안타깝다. 이에 의지할 곳 없는 국민 마음에 좌절과 절망감이 심겨진 것이다. 우리의 책임이고 저 자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모순이 극대화 될수록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분오열, 오분육열되는 등 부딪히는 과정이 극대화되고 시간도 촉박하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극복해 국민의 기대를 불러일으킬 정도의 정치세력이 구축되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어떻게든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수습하고 정리해서 총선 때 국민이 우리당에 신뢰와 지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각자의 명분을 앞세워 분열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내면을 들여다보면 지분싸움이다. 국민이 바라는 건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내는 정치다운 정치인데, 지분을 위해 발버둥 쳐서 되겠는가

안철수 전 대표나 각 정파가 내세우는 ‘새정치’에 대해 저 나름대로 성찰해봤다. 어느 정파건 정치인이건 신상품 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문재인, 박근혜 그룹 모두 그랬다. 그러나 국민이 정말 갈구하고 있는 것은 새정치가 아니고 제대로된 정치, 정치 본래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참정치’라고 생각한다.

― 정치 본래의 역할을 감당하는 ‘참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치 본래의 역할은 첫째 ‘대변’이다. 전체를 다 대변할 순 없겠지만, 자신이 어느 계층을 대표해 대변하겠다고 하면 절대 자기 공천이나 당직, 정치적 출세, 입신양명 등을 위해 할 말도 못하면 안 된다. 권력에 굴하지 말고 확실하게 대변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두 번째는 ‘솔루션’ 즉 문제해결 능력이다. 상대의 신념체계나 이해관계를 완전히 굴복시킬 순 없다고 본다. 그럼 결국 타협을 통해 해결해 내야 한다. 정치권이 욕을 먹는 건 이 문제해결 기능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양당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 돼 결국 자기당의 지지자 눈치를 보며 상대를 공격하는 데만 써먹고 있다. 마지막으로 ‘메시아적 기능’이다. 오늘보다 내일, 올해보다 내년, 지금보다 후대에 더 좋은 세상, 바람직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불신과 이해관계에만 급급하고 있다.

―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고 김종인 비대위체제로 전환됐다. 이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구심점을 갖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다고 보는가

이 체제가 바람직하거나 우리가 해야 될 체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상처투성이다. 오죽하면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당외 사람이 대표가 되겠나. 비정상적인 구조다. 그럴 정도로 우리당을 포함한 야권이 굉장히 비정상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처 아물게 하면서 급한 불을 꺼야 한다. 빨리 결집하는 게 급선무다. 총선을 앞두고도 지분다툼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이 (우리당에) 기대를 져버릴 것이다.

― 20대 총선은 야권분열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현실화됐다. 이 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하는가, 아니면 야권통합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가.

야권이 사분오열되는 것을 의도했던 안했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총선에서 야권에 성과를 내면 인정을 받겠지만, 야권분열로 치달아 결국 강폭한 집권세력에 힘을 실어주고 야권이 패배한다면 그 책임은 두 분이 종국적으로 져야 한다. 분열 안 돼도 취약한데 현재 사분오열된 상태라 새누리당 집권세력에 비하면 굉장히 취약한 상태다. 어떻게든 엮어야 할 처지다. 그렇지 않고 분열로 치달으면 그것은 공멸이다. 그 책임은 문재인, 안철수, 천정배 대표 등 지도자가 져야 한다. 분열하면 공멸이라는 사실 인지하고 결집해야 한다.

― 숙명적으로 야권통합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건가

할 수밖에 없고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안 하면 본인들은 불명예를 갖고 퇴장할 것이고, 한국 정치발전이나 야권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 정치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것 같다. 앞으로 정치가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된다고 보시는가

정치가 오늘날 혐오대상이고 꾸지람의 대상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매우 중요하고, 해법은 정치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근본원인은 ‘독과점’이라고 생각한다. 국토도 언론도 정당도 경제도 교육도 너무 한 곳에 집중돼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독과점을 깨는 건 정치가 제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런 선상에서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의 무거움,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런 것을 갈아엎는 정도의 정치적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 정치적 혁명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먼저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양대 정당을 위한 것이다. 종국적으로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거나, 이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으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해야 한다. 그러면 과반을 넘는 정당이 없게 되고, 타협·연합정치를 하게 될 것이고 힘자랑도 안 하게 될 것이다. 또 소수파라고 해도 어떻게든 연합해서 국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국회 교섭단체 20석을 확보해야 기능을 하는 방식을 혁파해야 한다. 정당설립 활동의 자유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이다. 정당을 설립하고 활동하는 게 너무 담벼락이 높다. 지금 정당을 설립하려면 각 시도당에 1000여명의 당원이 있어야 하고, 중앙당을 서울에 하나 두고 16개 시도당에 5개 둬야 한다. 이건 독과점 구조다. 누구나 뜻 맞으면 정당 만들어서 활동하고 선거있으면 후보 낼 수 있게 진입장벽을 없애야 한다. 이렇게 되면 양대정당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 돼서 끊임없이 소모적 정쟁으로 가버리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

- 약력
3선 국회의원(17~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회 이사장
국회미래한국헌법연구회 대표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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