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 대화 좋아”
“회피하지 말고 처한 상황 진실 되게 얘기해야”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1년에 두 차례 있는 민족의 명절인 설과 추석. 바쁜 현대인이 가족, 친지와 다 함께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1년 중 몇 안 되는 기간이다.

하지만 가족, 친척과 마주할 수 있는 자리에 함께하길 꺼려하는 이들이 있다. 취업준비생과 혼기가 찬 남녀들이 바로 그들이다. 명절 때마다 ‘듣기 싫은 소리’ 부동의 1위는 “언제 취직 취직할래?” “언제 결혼 할래?” 등이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 1478명에게 ‘설날 계획’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 37.1%가 “명절에 친척들이 만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명절 때 부모나 친척들은 취업·결혼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자녀와 조카에게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부모나 친지들이 명절 때 만나는 자녀와 조카에게 결혼이나 취업 등 예민한 질문으로 부담을 줘선 안 된다고 말한다.

유정순 다사랑가정상담소 소장은 “부모님이나 친척은 취업·결혼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는 자녀와 조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얼마나 불편한 마음으로 왔을까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소장은 “삼촌이나 이모들은 조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일들을 얘기하는 게 좋다”며 “조카가 얼마나 기특했고 예뻤는지, 아름답고 감동받은 추억들을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서울가정문제연구소 소장은 “결혼이나 취업을 못 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당사자”라며 “빨리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는데 ‘취업은 어떻게 됐니’와 같은 민감한 질문을 해서 자격지심을 갖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질문하는 사람의 자녀가 결혼이나 취업이 잘 풀렸을 경우 취조당하는 불쾌감을 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친인척 간의 유대관계가 삶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어른 세대가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업이나 결혼 등 부담스러운 질문에 상황을 대충 모면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진실 되게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민호기 한국가정상담센터 소장은 “부담이 된다고 해서 임시방편으로 ‘빨리 할 거에요’라고 말하거나 쏘아붙이는 식의 대화는 서로 감정만 상할 수 있다”며 “회피하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진실되게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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