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인천 강화도의 한 펜션에 모인 탈북자들이 북한 음식으로 함께 식사를 하며 명절을 보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지난 7일 인천 강화도에 있는 한 펜션엔 탈북자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이들 9명의 탈북자는 모 탈북단체 소속의 회원으로,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을 보내기 위해 지난 6일부터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북한 음식으로 식사를 한 이후 게임도 하면서 고향에 가지 못하는 서러움을 달랬다. 설인 8일 오전에는 강화도 통일전망대에 갔다가 내려오면서 관광지를 둘러보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고향 산천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탈북자는 설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고향에 두고 온 부모님과 형제를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이 더해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한에 정착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탈북자들은 명절 때면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2008년에 탈북한 탈북자 장모(47)씨는 남한에서의 자유롭고 풍요로운 물질생활에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황해남도 강령군이 고향인 그는 그러나 “명절 땐 부모, 형제가 눈물 나게 그립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재 북한엔 자신으로 인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세 형제와 홀로 손자를 돌보는 어머니(75)가 있다.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장씨는 명절 때마다 경기도 파주 통일전망대를 찾았다. 이번 설에는 강화 통일전망대를 방문했다.

그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리움을 달랠 순 있다”고 전했다.

장씨에 따르면, 해마다 명절을 맞아 사회복지기관 또는 지자체에서 행사를 연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그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저것 질문을 받는 탓에 오히려 심문을 받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남한 사회를 알아가고 남한 국민을 사귀는 게 정착의 기본 본질이에요. 하지만 정착을 잘하지 못하는 탈북자는 같은 처지의 탈북자와 고향이나 단체별로 모여서 고향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그리움을 나누는 것이 마음을 달래는 데는 더 낫죠.”

장씨는 또 “탈북자가 재입북했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목숨을 걸고 남한에 왔다가 정착에 실패해 해외로 떠나거나 북한에 다시 들어가는 탈북민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탈북자가 재입북하는 데 대해 남한 사람은 이상한 변절자로 매도하는 경우도 있다”며 “남한 사회와 국민이 탈북자의 생활이 안착할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고, 탈북자 역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경선군이 고향인 원모(76)씨는 지난 2008년에 남한으로 넘어왔다. 네 자녀와 함께 탈북한 원씨는 자녀들과 함께 명절을 보낸다. 원씨 역시 명절 때면 자녀들과 함께 통일전망대를 찾았다.

원씨는 탈북민이 정착하는 데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언어다. 외래어를 함께 사용하는 남한 언어에 아직 익숙하지 못하다는 것. 원씨는 “그래서 명절 땐 주로 집이나 한 장소에서 탈북자끼리 모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에 홀로 탈북한 김모(35)씨도 명절 때면 외로움을 달랠 길이 없다. 혼자 있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친구로 지내는 탈북자들에게 전화해 “갈 곳이 없으면 같이 지내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명절이라고 해도 남의 일로만 보인다. 저한테는 명절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남북이 하루빨리 통일해서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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