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 실천하고 가르쳤던 법정스님 11일 6주기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한 스님이 어느 날 예불을 드리고 방으로 돌아와 보니 그 사이 도둑이 들어 물건이 여럿 사라졌습니다.

‘내게 소용된 것이 도군(도둑)에게도 필요했던 모양이다’

‘내게 잃어버릴 물건이 있었다는 것이, 남들이 보고 탐낼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적잖이 부끄럽다’며 스님은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도둑이 훔쳐간 물건 중에 ‘탁상시계’가 있었는데 시계가 필요했던 스님은 이를 구입하기 위해 청계천 부근의 한 가게로 갔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들른 그 가게에서 도둑 맞았던 ‘스님의 시계’를 발견했습니다. 도둑이 거기서 그 탁상시계를 팔고 있었던 겁니다.

스님을 본 도둑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스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됐을까요? 스님은 조용히 도둑에게 돈을 건네고 탁상시계를 샀습니다. 보통이면 신고를 했을 텐데 말이죠.

스님은 훗날 그의 저서에서 “따지고 보면 어슷비슷한 허물을 지니고 사는 인간 처지일 뿐인데 용서하고 말고 할 것이 있겠는가”라고 그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법정스님. 11일은 법정스님 6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무소유’로 유명한 스님은 생전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스님으로서의 본분과 수필집 등을 통한 깨우침으로 불자들과 일반 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참으로 소중한 것은 어떤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 소유물이 아니다. 우리들 자신이 누군지를 아는 일이다”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그가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삶과 가르침은 회자되고 있습니다.

(내용: 법정스님의 ‘무소유’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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