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전북 부안에서 이강산씨가 본인의 교육 에세이 ‘즐거운 교실, 행복한 학교(우리교육)’를 들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이들에 앞서 교사인 내가 먼저 변화하고자 ‘님’ 붙여
포옹하기, 맞절, 가지치기, 발 씻어주기 등 함께 하다보니
‘살리는 언어’가 긍정적인 변화 이끌어낸다는 것 깨달았다
30년 모심 교육 지침서 ‘즐거운 교실, 행복한 학교’ 발간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지우개님, 감사합니다. 잘못 쓴 것이 있으면 지우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님 붙이기를 시작합니다. 동생들과 물건을 소중하게 안 다뤘었는데 존중할 줄 알고 잘 모셔야겠습니다.’

이강산(64)씨의 교실에서 ‘님자 붙이기’를 실행한 후의 한 학생의 일기다.

1977년 전북 대수 초등학교에서 교단을 서게 된 이씨는 1994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나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기독교와 동학에서 영향을 받은 ‘생명 모심 철학’을 받아들이게 됐다. 이후 님자 붙이기에 이어 기도 드리기, 가지치기, 기러기 좌표, 발 씻겨주기, 맞절하기, 천사놀이와 칭찬 릴레이, 자연관찰, 좋은 별명 지어주기, 나의 모자람 자랑하기 등 조금 ‘특이한’ 교육 방법으로 이를 실천했다.

올해 2월 은퇴를 끝으로 30여년간의 교육 경험과 철학을 녹인 교육서 ‘즐거운 교실, 행복한 학교(우리교육)’를 낸 이씨를 지난달 25일 만났다.

― 책을 낸 계기는.

지난 1994년 9월부터 그간 생각해왔던 모심의 교육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5년 3월에는 자치와 공생과 모심교실이라는 10여년의 실행 자료를 중심으로 ‘서로를 살리는 작은 교육’이라는 교육 에세이를 출간했다. 은퇴를 앞두고 ‘상생과 평화는 언어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달아 이를 실천했던 교육 내용과 결과를 쓰게 됐다.

― 어떻게 언어의 중요성을 깨달았나.

아이들에 앞서 내가 먼저 변화하고 싶었다. 언행이 거친 편이었는데 이를 고치려 해도 쉽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 나온 것이 님자 붙이기였다. 이를 꾸준히 사용했더니 내 모습이 많이 변화됐다. 나의 언어생활이 바뀌니 아이들을 모시고자 하는 마음이 들더라.

이후 비로소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실천했다. 모심 교실을 시작하면서 교단일기부터 작성했다. 이어 반가를 지어 아이들과 함께 부르고 포옹하기, 맞절, 체험활동, 자치과제수업, 모자람 자랑하기 등을 쉼 없이 진행했다. 이후 1997~2003년 부안동정초등학교 등에 재직할 때 ‘자연관찰일지’부터 ‘밥 모시기 대화’ ‘님자부르기’ ‘감사와 사랑해요 말하고 쓰기’ ‘발 씻어주기’ ‘좋은 별명 칭찬릴레이’ ‘그냥 웃어보기’ 등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교육을 아이들과 함께 주고받다 보니 나와 아이들의 언어가 자신의 사고를 지배하고 습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경험하고 깨닫게 됐다.

― 핵심 교육 방법에 대해 설명하자면.

‘님자 붙이기’는 말 그대로 친구와 선생님, 가족 등과 사물에까지 ‘님’을 붙이며 존중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욕설과 언어의 폭력성이 너무 심해 시작하게 됐다.

‘가지치기’는 나쁜 습관을 기분 좋게 바꾸자는 취지로 시작된 교육으로 자신이 약속한 것을 어기거나 잘못된 언행을 저질렀을 때 절을 하거나 체조를 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다. 20여년 전 6학년 담임을 맡기 시작했을 때 설문조사에서 ‘매를 들지 말아 달라’는 학부모의 요구가 많았고 여기서 착안해 건강에 좋은 절과 체조로 대체했다.

스스로 가지치기를 하면 100점을, 선생님이나 친구가 권유해 가지치기를 하면 90점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아 친구나 선생님이 대신 가지치기 하면 120점을 받게 된다. 이 점수들은 ‘기러기좌표’에 기록해 학기 말 나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은.

지난해 부안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을 때였다. 학기 초 한 친구는 거의 매일 친구들과 싸움을 하고 수업 시간에는 장난감 놀이를 대놓고 했었다. 성질이 나쁘기보다는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1년간 님자붙이기, 칭찬릴레이, 가지치기를 통해 많은 부분이 변화됐다. 2학기 중반부터는 친구들과도 싸우지 않고 수업시간에 집중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현재 우리나라 교실을 진단하자면.

서로를 살리는 마음보다는 내가 우선이고 서로를 죽이는 마음을 키우고 있다 보니 우리 교실이나 가정 사회 바닥에 폭탄장치가 가득하다. 어른들이 먼저 서로를 살리는 언어로서 살리는 생활 모습의 본을 보이면 아이들은 긍정적으로 변화된 생활 모습을 보일 것이다.

― 향후 방향은.

우리 교실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을 친구로서가 아니라 주인으로 섬겨야만 아이들도 서로를 섬긴다는 대안을 체험했다. 가정과 사회에서도 모두 적용할 수 있지만 한 번에 소화해낼 순 없다. 그래서 추천하는 것은 ‘님자 붙이기’다.

예전 우리 교실이 방송 등에 출연한 이후 많은 기관에서 따라 해 좋은 성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어디에서나 실천할 수 있다. 앞으론 나와 서로를 살리는 언어의 근본을 찾아볼 것이다. 또한 여러 방면에서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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