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백지원 기자] 17년 전 어느 날 자취를 감춘 ‘삼국유사’ 목판본 기이편.

1999년 한 대학교수 집에 남성 2명이 침입해 문화재 13점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이때 ‘삼국유사’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책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2014년 교수가 세상을 떠났고, 책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1월.

고미술품 경매에 의뢰됐는데 경매 시작가가 3억 5000만원에 달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는데 조사 결과 60대 김모씨가 15년 전 삼국유사를 손에 넣은 뒤 아파트 천장에 이를 보관해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김씨는 자신이 취득한 삼국유사가 장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공소시효가 끝나길 기다렸습니다.

특수강도죄 공소시효 10년
장물 알선·취득의 공소시효 7년
지난 2009년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던 김씨.

문화재보호법상 은닉죄는 사라진 문화재가
발견된 날부터 계산하게 됩니다.

즉, 김씨가 경매 출품을 의뢰한 지난해 11월 5일이 공소시효(7년) 시작일이 됩니다. 결국 김씨는불구속 입건됐고 문화재는 원 소장자의 가족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처럼 공소시효를 착각해 붙잡힌 사람들이 많은데요.
지난 2005년 경찰 조사를 받던 피의자에게 형량을 낮춰준다고 속여 금품을 가로챈 이모씨(60대).

처벌이 두려워 지난 2007년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공소시효가 한참 지난 1월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 1996년 살인을 저지르고 1998년 4월 일본으로 밀항,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10년간 머무른 뒤 공소시효(살인죄 15년)가 끝난 줄 알고 2015년 11월 상하이 한국영사관에 자진 출석한 40대.

하지만... 두 사건 모두 해외로 도피한 경우 도피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정지되기 때문에 결국 재판으로 넘어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공소시효? 범죄 사건 발생시점부터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있는 형벌권을 소멸해주는 제도.

범인을 영구히 추적하는 것보다 안 잡히는 현실을 인정하는 게 사회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판단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사건의 사실 관계의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악용하려다 범인들이 오히려 된통 당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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