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생활 9년차인 백승아씨가 청계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왼쪽). 아직은 ‘조선족’이라고 말하기가 두려운 김명숙씨가 서울시청광장을 돌아보고 있다(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결혼이주 여성의 한국생활
한국 발전에 이바지 하고파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 때문에 무시를 당하는 기분이죠. 외모가 그 사람을 결정하는 부분은 아닌데…. 사회적 왕따라는 게 이런 것 같아요. 마음이 아프죠.”

다문화 사회인 대한민국. 하지만 출신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편견은 아직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지난 3월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출생 인구는 지난 2008년 1만 3443명에서 2014년 2만 117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아 결혼 이주로 한국에 온 지 18년차인 김명숙(42세, 중국, 조선족)씨와 사촌 언니의 소개로 한국 생활을 시작한 9년차 백승아(32세, 중국, 한족)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씨는 처음보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지만, 출신국에 따라 아직은 편견이 있다며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특히 “한국사람 중에는(중국을 포함해) 동남아 사람들을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라며 “무시를 당하는 것 같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없는 것인데 외모만을 보고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을 보면 ‘사회적 왕따’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조선족이라고 말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사회생활을 할 때 조선족이라고 말을 하면 ‘거짓말쟁이’로 매도해 버린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김씨는 어색한 말투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강원도 또는 경상도에서 왔다고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백씨는 또 다른 편견에 대해 ‘(동남아 사람들은) 돈이 없다’ ‘남편과 나이 차이도 많이 난다’ ‘적응을 잘하지 못한다’라는 표현을 언급했다. 백씨는 한국에서 지인들과 중국어를 사용해 대화를 나눌 때도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 소곤거리는 한국인들을 볼 때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

“중국 친구들을 한국에서 만나면 반갑죠. 너무 반가우니까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아닌 중국어가 나오는 거예요. 기분 좋으니까 좀 활기차게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요. ‘중국인들은 너무 시끄럽다’고 말이에요. 이 말이 상처가 되죠.”

김씨와 백씨는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에도 한국 생활을 당차게 해나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김씨는 “한국에 와서 얹혀사는 것이 아니라 한국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다문화인에 대한 혜택이 없었다”며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씨는 “한글을 알지 못해 서류 작성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지금은 그때의 답답함을 알기에 출입국사무실에서 2년여 동안 중국인의 서류 작성을 도와주고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또 백씨는 “다문화인들에게 끊임없이 다문화센터 등에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니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발음이 어색해서 자녀 교육을 하는데 어려움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한국인이 하는 질문 중 주의해야 하는 것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이 좋아, 중국이 좋아’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죠. 한국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따라 좋고 싫고가 나뉘는데, 이렇게 물어보면 곤란해요. 힘든 경험이 있었어도 한국은 깨끗하고, 알찬 나라에요. 중국은 너무 넓어 큰마음을 먹고 이동해야 하니깐요.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잘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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