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순찬(47)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은 10일 본지와 자살 예방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제공: 황순찬 센터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황순찬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고령화사회, 자살 증가 추세

하루 평균 100건 상담 쇄도
상담으로 해결하기엔 한계

자살예방 모델 제시할 예정
국가적 차원 전략 수립해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연결돼 있습니다. 상담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죠. 자살 시도자들이 삶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면 가족과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 등에 끊임없이 시달립니다. 응급상황 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이 필요하지만, 자살에 대한 사회적 역량을 모으지 않으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기준으로 국민 10만명 당 자살자 수가 27.3명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를 13년째 이어오는 ‘오명’을 안고 있다.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지 오래됐다.

그러나 황순찬(47)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은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자살 예방을 해야 하고, 어떻게 예산을 써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부터 센터장을 맡은 그는 최근 서울 25개 자치구를 방문 중이다. 자살예방 담당자나 공무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관계자 등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다. 황 센터장은 “이들을 만나 자살 예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제시하려고 한다”며 “(서울형) 자살예방 모델을 공론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센터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지난 2000년 이후 증가 추세다. 1년에 1만명 이상 자살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정해체로 인해 자살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장년층 자살도 늘고 있다. 이는 사회적인 역할이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좌절과 무기력에 빠지고 사회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표출하지 못할 때, 자살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자살 고위험군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불화,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적학대 등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안고 성인이 됐을 때, 경제적 어려움과 대인관계 어려움이 결합하면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황 센터장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 노인빈곤, 가족해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자살이라는 형태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센터에는 하루 평균 100건 이상의 상담이 들어온다. 지난해 상담 건수는 2만 7000건~3만건에 달한다. 지난 2005년 3653건에서 2015년 2만 8717건으로 10년 동안 689% 상담이 증가했다. 센터는 총 24명으로, 이 가운데 7명이 돌아가면서 하루 24시간 ‘마음 이음’ 전화 상담(1577-0199)을 하고 있다. 자살 사망자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애도상담, 위기관리 등도 하고 있다.

황 센터장은 “상담을 통해 자살 예방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사각지대에 있는 죽음을 생각하는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자살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살 예방에 대해 면밀하게 점검하고 꼭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리해야 한다”며 “그 다음에 실제 자살 위험성을 가진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의 자살 예방 전략을 수립하고 자살 시도자와 유가족을 만나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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