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천지일보(뉴스천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인터뷰
사망 채권 살려 이익 취하는 ‘추심’
금융권에도 법·
제도적 의무 지워야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가계부채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인데 정치권·학계·언론을 비롯해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요. 금융소비자단체도 많지 않아 채무자 인권이 어떻게 무시되고 채권이 어떤 식으로 시장에서 잘못 거래되고 작동하는지 모르죠. 잘 모르니 해법도 찾기가 힘든 겁니다.”

20대 국회에 비례대표 9번으로 당선된 제윤경 의원은 원내 진입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 가계부채 TF ‘생계형부채소위’ 간사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에듀머니‧희망살림‧주빌리은행 등을 이끌어온 제 의원은 실물경제에 밝은 ‘경제통’으로 불리고 있다.

제 의원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하려는 분야는 ‘악성 채권자’로 인한 불법 추심행위다. 19대 국회에서부터 박병석 의원 등과 함께 준비해온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죽은 채권 부활 금지법’을 가계부채 TF 소속의원들과 1호 법안으로 14일 대표 발의했다.

현재 단계에서는 가계부채, 그 중에서도 ‘악성채권’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단순한 구제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금융권 전체의 재정 건전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어떤 과정으로 채권 부활하나

채무자는 소액을 빌려도 제때 갚지 못하면, 원금보다 이자가 빨리 쌓이는 구조 때문에 장기 연체자가 된다. 추심은 연체가 길어질 경우 금융권에서 채권을 상각 처리해 대부업체나 추심업체에 채권이 넘긴 경우 본격화 된다. 돈을 빌린 곳은 은행인데 갚으라는 전화가 대부업체 같은 곳이라면 바로 이 경우다.

제도권 금융사들은 돈을 회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장기 연체 채권을 대부업체나 추심업체에 원금의 1~3%에 불과한 헐값으로 양도한다. 추심업체들이 헐값에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이유는 뭘까. 금융회사의 대출 채권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때부터 5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다시 말해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다만 법원의 지급명령이 있거나 채무자 스스로 변제하는 경우 소멸시효가 부활한다. 즉 소멸 시효가 완성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소액이라도 갚는다면 죽었던 채권이 ‘갚아야 하는 돈’으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추심업체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원금의 50% 이상을 탕감해주겠다는 등의 말로 법률적으로 무지한 저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소멸시효를 다시 살려낸 후 이익을 취한다.

이들의 추심 행위는 채무자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하루 3번 이상의 전화, 방문, 신분을 속이고 채무독촉장을 보내거나 가족이나 친지에게 변제를 유도하는 전화 등도 서슴지 않는다. 통장 압류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밥숟가락과 이불 몇 가지를 빼고는 집안 살림을 다 압류할 수도 있다. 직장을 잃거나 심지어 수갑을 차고 유치장에 들어가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제 의원은 “채권 추심 권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어쨌든 사망을 해야 하는데, 사망하지 않고 죽은 채권을 다시 살려서 지속적인 추심이 진행되고 있다”며 “채권이 너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고 인권 침해 요소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천지일보(뉴스천지)

◆‘빚’진 자에게만 죄 묻지 마라

이 같은 의견에 한국 사회는 ‘그래도 빚은 갚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한다. 또 변제 제도 때문에 채무자가 일부러 돈을 갚지 않는 모럴 해저드(moral hazzard, 도덕적 해이)발생 우려에 대한 지적도 쏟아진다.

제 의원은 “우리는 ‘빚진 죄인이다’ 해서 채무자들만 과도하게 나무라는 심한 불균형이 있다”며 “제 요구는 돈을 갚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에게 원칙을 세우라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무자들에게는 모든 경제적 권리 심지어 주민등록번호까지 말소시키는 형벌을 가하면서 돈을 빌려준 채권자에게 요구되는 법‧제도적 장치가 아무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상대적으로 세금 등의 혜택을 얻고 있는 채권자 은행에 사회적 감시의 눈이 더 쏠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감원의 역할도 지적했다. 제 의원은 “은행권에서 부실채권 상각처리와 특수채권 전환 요청이 오면 금감원이 3개월 만에 이를 허용해준다”며 “차라리 금감원이 은행들에게도 ‘채권 회수를 위해 너희가 어떤 노력을 했느냐’는 등 채권자의 책임을 묻고 야단을 쳤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소득층은 금융 아닌 ‘복지’의 대상 돼야

이와 함께 제 의원은 ‘서민금융’이란 말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제 의원은 “저는 서민금융 안티인데다, ‘서민’과 ‘금융’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저소득층은 금융의 대상이 아니라 복지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복지 자금 확충도 필요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복지 자금보다는 복지 대상자들을 찾는 데 비용이 더 들어간다”며 “금융권에서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기보다는 생활이 어려우면 사회복지과와 상의하라는 등의 선도가 필요하다. 그렇게 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추심에 내몰려 도망 다니고 복지비는 복지비대로 낭비되는 일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계가 안 된다는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면 수입이 없는 이들이 무슨 수로 갚을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은행의 문턱은 더 높아져야 한다. 금융으로 생활비를 해결하지 않아야 최저임금제를 높여달라는 목소리와 같은 권리 찾기로 사회적인 논의가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대해서도 “금융은 하나의 사업인데 이들에게 시혜(施惠)적인 것을 요구한다든지 금융을 복지의 차원으로 바라보는 혼재된 사회적 시각이 있다”며 “이렇게 계속 손쉬운 대출영업만 하면 우리나라 금융이 경쟁력을 점점 잃는다. 금융권이 투자를 해서 경제 활력을 만드는 데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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