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시대가 변화하면서 남녀를 구분 짓는 고정관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직업적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여성의 전유물이던 주방에 주저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들어가 요리 실력을 뽐내는 이른바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 뜨고 있고 무엇보다 현재 우리는 여성 대통령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 전 분야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기회를 보장해 실질적인 양성평등 사회의 구현을 목적으로 매년 7월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을 지정·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성평등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성별 고정관념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꽃을 든 남자’ 엄상용(37, 남) 플로리스트와 ‘베스트 드라이버’ 김연주(41, 여) 기관사를 만나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개척해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지난달 29일 코레일 용산역에서 김연주 기관사가 열차 기관사석에 앉아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코레일 김연주 기관사

“여자라 못한다는 말 듣기 싫어”
체력 기르기 위해 꾸준히 운동
고속철도 면허 취득 운전 목표

- 기관사가 되는 과정 어땠나.

공대에 들어가 기계를 전공했다. 기관사는 기계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다. 비행기 조종사에 관심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철도대에 뒤늦게 들어갔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해 어린 학생들과의 경쟁이 힘들었지만 새로운 분야라 재밌었고 다행히 적성에도 잘 맞는다. 또 기차 종류에 따라 필요한 면허들을 취득하면서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총 4가지 면허 중에 2가지를 취득했다. 앞으로 계속 면허를 취득해 나갈 생각이다.

- 장거리 운전을 하면 여자로서 체력적으로 어렵지 않은가.

아무래도 남자들이 더 잘 버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서울에서 익산까지 가야 하는 장항선 같은 경우 5시간 정도 운전한다. 특히 밤을 꼬박 새우는 근무가 있을 때는 체력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낀다.

예를 들어 대전에서 새벽 1시에 출발해 서울 용산역에 도착하면 새벽 3시가 넘고 입환(기관차와 화물차 분리)이 끝나고 나면 새벽 5~6시 정도 된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 걷기도 꾸준히 하고 시간이 되면 일부러 제주도 올레길을 찾아 걷는다.

- 여자 기관사로서 불평등하다고 느낀 적 있나.

부기관사 시절에 선임 기관사와 함께 근무를 나갔는데 차가 고장 나거나 사고가 발생하면 여자라서 잘 못 할 거라는 식으로 무전기에 대놓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기관사과에서 1등으로 졸업하기도 했다.

여자라서 모른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더 자극됐다. 불평등까지는 아니지만 아직도 사람들 인식에는 ‘남자 기관사’라는 고정관념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기관사석에서 여자가 내리면 당연히 남자일 줄 알았다는 시선이 느껴진다. 한마디로 주목받는다.

지금은 나름 즐기고 여자 기관사가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뿌듯할 때도 있다.

- 기관사로서 목표는 무엇.

고속철도(KTX)를 운전하고 싶다. 그래서 고속철도면허를 포함해 4가지 면허를 다 취득할 것이다.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기관사로 10만 키로 이상 무사고 조건을 갖춰야 하고 지원자가 많아 대기인원도 몰려있다. 하지만 도전할 것이다.

- 기관사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한마디.

고정관념을 깨라고 하고 싶다. 기관사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여자는 할 수 없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아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 열어놓은 길도 있을 것이고 아직 열리지 않은 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은 열릴 것이고 겁내지 말고 꼭 도전하라.

▲ 지난달 29일 코레일 용산역에서 김연주 기관사가 열차 기관사석에 오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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