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국내 주력 수출품인 가전과 철강에 잇달아 덤핑 판정을 내리면서 대(對)미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한국 철강업체들에 대해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미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줬다며,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내린 덤핑 예비 판정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47.8%, 동국제강은 8.75%의 관세를 물게 됐다. 포스코는 미국 수출 물량이 적어 반덤핑 조사를 받지 않았지만 국가별 물량 가중 평균치를 적용 받아 31.7%의 관세를 부과받을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 등의 업체가 불공평한 정부 보조금 때문에 혜택을 입었다”며 상계관세도 추가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특정 수출산업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단할 경우 보조금액에 해당하는 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포스코는 58.4%, 현대제철은 3.9%의 상계관세가 부과됐다. 포스코의 상계관세가 높은 것에 대해 미 상무부는 “포스코가 핵심 내용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상계관세율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에도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들 회사에 책정된 반덤핑 예비 관세는 각각 111%와 49%이다. 미국 세탁기 시장 1위 업체인 월풀이 삼성과 LG가 중국에서 생산한 세탁기가 자국 시장을 잠식해 오자 “미국 세탁기 업계에 피해를 주고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정부에 진정을 낸 데에 따른 조치다.

문제는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올해 5월 말까지 36건에 달하는 반덤핑·상계관세 조사에 착수했다. 이 중 4건(11.1%)이 한국산 제품으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미국업계가 한국산 품목 4개에 대해 제소를 한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를 향한 미국의 무역 보복 조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강도 높은 보호무역 기조를 반영한 정강을 발표했다는 점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는 극단적 고립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을 주창한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도 표를 의식해 TPP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결국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전 세계적으로 무역분쟁이 더욱 심화돼 우리나라 대미 수출 여건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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