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 최영길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 창간7주년 기획 인터뷰 '종교人 상생을 말하다'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 최영길 이사장

“내 종교만 진리라는 생각 내려야 서로 상생 가능해
다종교사회 이끌 정치지도자, 자기 종교에 구속돼선 안돼
정부, 신앙 권리 존중하고 종교계는 정부 정책 따라야”

[천지일보=박완희 인턴기자]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모든 인간을 위한 종교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사무실에서 만난 재단법인 한국이슬람교 최영길 이사장은 이슬람 전통복장이 아닌 수수한 정장 차림이었다. 그를 폭염이 강타한 7월 중순 만났다. 전 세계 이슬람 총연맹 최고회의 위원이기도 한 그는 인터뷰 내내 ‘불편한 점 없느냐’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봐라’며 배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많은 오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슬람에 대한 애정과 모든 종교계가 바로 서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최 이사장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전공 학부시절 한 교수에 의해 현재의 서울중앙성원을 처음 방문했고, 이때 처음 이슬람 문화를 접했다. 한국인 최초로 이슬람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슬람만을 강요하는 무슬림이 아니었다.

그에게 ‘종교인과 상생’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놓고 현실감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한국종교연합(URI-Korea) 등 종교연합단체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이웃종교 간 화합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상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는가.
그렇다. 나 역시 이러한 종교 간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종교 간 화합이 되려면 서로 이해돼야 한다. 이해 없이는 화합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이해와 실제적인 교류가 있어야 한다. 이론적인 이해만 있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해의 단계를 넘어선 교류가 있어야 하고 교류 이상으로 서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 종교가 인정받으려면 남의 종교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상호 교류·화합이 된다. 서로 존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으면 화합·교류가 되지 않는다. 그것이 기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는 ‘상생’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상 ‘편협’ 속 상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수 종교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기득권 종교들만 모여서 상생을 외친다는 비판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서로 이해하지 않고, 교류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이다.

- 이슬람 등 특정 종교에 대해서 공공연하게 차별을 정당화하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물론 한국에서는 아직 무슬림 인구가 적다 보니 특정 종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전 세계에서 천주교와 기독교를 나눠 비교해 보면 이슬람교도의 수가 가장 많고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해 비교해 보면 이슬람교도의 수가 두 번째로 많을 것이다. 문제는 한국인이 이슬람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는 얼마나 모르고 있을까가 아니라 한국인들이 이슬람을 얼마나 잘못 알고 있을까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종교 차별에 앞장서는 정치인과 공무원 등도 있다. 이들의 행동이 옳다고 보는가.
옳지 않다. 정치지도자라 할지라도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으므로 누구나 자기 종교를 가질 수 있다. 단, 정치지도자는 자기 종교에 구속돼선 안 된다. 다종교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정치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가 자기 종교에 구속된다면 자기 종교만을 위한 정치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또 정치지도자가 자기 종교에 구속돼 오직 자기가 믿고 있는 종교만을 진리라고 한다면, 다른 종교인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사람은 한 국가의 정치지도자가 될 수 없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천지일보(뉴스천지)

- 진정한 상생을 위해 각 종교가 가져야 할 자세는.
첫째는 각 종교의 본연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나는 현세와 내세의 행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 모든 종교의 본연 사명이라고 본다. 죽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종교가 있겠는가. 현세에 사는 우리는 인간을 위해 뭘 할 것인가. 또 이 세상을 떠나 내세로 가게 될 사람을 위해선 뭘 해줄 것인가. 그것이 진정한 각 종교의 본연 사명이라는 얘기다. 또 하나는 타인의 종교를 인정하는 자세를 기르는 것이다. 타인의 종교를 인정·존중하지 않으면 상생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내 종교를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가장 모순되고 잘못된 신앙관이다. 또 누가 진리인가는 어차피 내세에 가봐야 알 수 있으니 남을 비방해서도 안 된다. 내가 상대방의 종교를 비방하면 상대방도 내 종교를 비방할 것이다.

- 한국 종교계가 진행하고 있는 종교 화합과 상생 프로그램 중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상생을 위해 운동하는 단체가 많을수록 좋긴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자기들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 크고 작은 종교·종단들이 많이 있는데 다 하나가 되고 회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집안의 식구인 경우 자식들과 부부 간의 종교가 서로 다를지라도 평화롭게 지낼 것이다. 그런데 가정을 떠나 사회종교단체로 들어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니 (종교인) 서로가 그 (마음의) 벽을 내려놔야 한다. 종교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한 단계로 우리는 서로 비난해선 안 된다. 또 내 종교만이 진리라는 생각을 내려놔야 서로 상생하고 교류할 수 있다.

- 국민 대통합을 원하는 대한민국 정부와 종교계가 상생하려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있다면 각 종교는 자기의 벽을 내려놓고 동참해줘야 한다. 대통합을 원하는 정부의 정책이 우리 종교와 멀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된다. 우리나라 없이 종교 활동이나 종교의 자유는 없다. 역사적으로 국가를 뺏긴 나라들은 종교·신앙생활을 할 수가 없다. 비록 정부의 정책이 자기 종단의 교리와 모순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의 벽을 내려놔야 한다.

- 반대로 정부가 종교계에 대해 해야 할 역할은.
특정 종교·종단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책에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동참해달라고 하는 게 필요하다. 각 종교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줘야 하고, 정부는 각 종교에 대해 가능한 한 자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니 존중해줘야 한다. 그리고 정치지도자는 자기 종교에 근원을 두고 정책을 세워선 안 된다. 반드시 국민 전체를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만약 한 종교·종단을 생각하고 정책을 펼친다면 대통합은 불가능할 것이다.

- 종교계를 위해 한마디. 바람은.
종교계가 앞장서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종교계를 지도하려 한다면, 그건 종교가 죽은 것이다. (종교계가 앞장서려면) 각 종교가 맡은 사명을 제대로 해야 한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간에 모든 인간을 위한 종교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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