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어 강사 이규승씨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2동 주민센터에서 ‘일본어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수업은 ‘일제 잔재 단어’를 주제로 열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본어 강사 이규승씨]
‘만땅’ 등 말버릇처럼 쓰는 말, 알고 보니 일제 잔재 단어
“역사 진실, 日자료 등에 담겨… 일본어 모르면 진실 묻혀”
“어순 같아도 노력해야 습득… ‘역사의식’도 심겨주고 파”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이빠이(いっぱい)가 무슨 뜻일까요?” (일본어 강사)
“가득이요.” (수강생)

“다마네기(たまねぎ)는요?” (일본어강사)
“양파요.” 
(수강생)

알던 단어였는지 일본어 강사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수강생들은 손을 들고 답했다. 평소 말버릇처럼 쓰던 단어들. 알고 보니 일제의 잔재 단어였다.

‘만땅(まんタン)’이 일본어였다는 걸 알게 된 한 수강생은 무릎을 ‘탁’치며 놀라했다. “이것도 일제 잔재 단어예요?” 또 다른 수강생은 강사에게 되레 물었다.

수업을 하던 일본어 강사 이규승(50)씨는 “올바른 뜻을 알고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日 알아야 왜곡된 역사 되찾아”

이씨는 평생교육 동아리인 ‘포천시 일본어교실(포천시청)’을 만들어 2005년부터 주1회(90분) 시민 무료강의를 해오고 있다. 3년 전부터는 ‘고양시일본어교실(흥도동주민센터)’을 만들어 어린이를 위한 일본어 방학 특강과 일반인을 위한 고양시 일본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강좌와 시민을 위한 강좌는 무료다. 몇 개 주민센터에서는 유료로 기초일본어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많은 사람이 외국어 공부를 한다. 하지만 외국인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5년 과정 중2회는 일본 현장실습을 실시한다. 학습자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씨가 일본어 강의에 열중하는 이유는 뭘까. 일본을 좋아해서일까? 아니다. 오히려 정 반대였다. 일제에 의해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되찾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것.‘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일본 문화와 언어를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제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와 고서를 빼앗아 갔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숨기기도 합니다. 역사의 진실을 말해주는 게 자료인데, 일본어를 습득하지 않으면 일본인이 감춰둔 진실을 제대로 찾을 수 없습니다.”

적이 싫다고 외면하면 역사를 일본에게 송두리째 빼앗긴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독도영유권, 위안부 문제 등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일본어를 배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익힐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이씨의 그런 마음이 전달되는 걸까. 수강생도 일본어 습득의 중요성을 알아갔다. 신창현(18, 남)씨는 “일본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역사적인 건 진실을 되찾아야 할 문제”라며 “일본어를 배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어 무료 통역도 해

이씨는 그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눈다. 그건 대학교 시절 시작됐다.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익힌 그는 일본어를 어려워한 친구를 모아 스터디를 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어를 더욱 확실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문과를 전공하고, 3학년 때 일본어과로 학사 편입해 일본문학을 전공했다.

그렇게 습득한 일본어로 이씨는 주위사람을 도왔다. 4학년말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일본으로 파견하는 유네스코청년 캠프 일본어 통역으로 9박10일간 일본에 다녀왔다. 휴대폰 24시간 일본어 무료 통역 봉사도 했다. bbb통역봉사회에 소속돼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휴대폰 24시간 일본어 무료 통역을 했는데,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다.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24시간통역 서비스를 해줍니다. 외국인이 도난이나 폭행을 당했을 때, 위급하게 병원에 가야할 때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을 당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 독학? 잘못된 발상”

최근 주위에서 일본어를 독학하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씨는“아주 위험한 일”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20번만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면 습관이 됩니다. 언어라 발음·문법 등이 틀릴 수 있는 데 그걸 고쳐주는 게 선생입니다. 독학을 할 경우 틀린 언어를 계속 익힙니다. 시간이 흘러 습관이 되면, 고치는 게 더욱 힘듭니다.”

또 한국어와 어순이 같다고 일본어를 만만히 봐서도 안 된다고 언급했다. “계주로 비유하자면, 한국인은 외국인보다 출발점이 30m 앞섭니다. 일본어와 어순이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노력이 없다면 오히려 뒤쳐집니다. 처음에는 쉬울 거 같아 웃고 들어가도 울면서 나오는 게 일본어입니다. 게으름은 금물입니다.”

◆어린이, 일반인 대상 강의 확대할 것

이씨는 어린이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일본어 교육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3/4분기부터 주교동, 화전동, 행주동, 성사2동, 대덕동복지관에서 ‘기초일본어강좌’ 개강을 할 예정이다. 어린이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5년간의 무료 일본어 강의도 준비 중이다.

“수강생이 용기를 갖고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특히 저는 일본어를 통해 역사의식을 함께 심겨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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