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침략70년사진전 추진위원회 공준식 위원장이 지난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공적인 전국 순회전을 기대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제침략70년사진전 추진위원회 공준식 위원장 인터뷰

일제강점기 흑백사진 1500점
사라져 잊힐 뻔한 역사 알려

지하철역, 대학교, 군부대 등
올해 1월부터 전국 순회 전시
2만여명 방명록·후기 남겨

“일제강점기 먼 옛날 아냐
할아버지·아버지대 역사
벌써 잊어선 안 되는 이유”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나 아니면 누가 하겠나, 그런 생각에 어려워도 이 일을 끝까지 하고 싶습니다.”

누가 후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크게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이 나라를 위해 누군가는 ‘역사 알리기’에 나서야 했고, 그 일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해 자비를 들여 일제침략 사진전 전국 순회에 나선 이가 있다. ‘일제침략70년사진전 추진위원회’ 공준식(62) 위원장이다. 

그가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를 생생히 알 수 있는 흑백사진 자료들로 전시회 준비를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올해 1월 서울 삼각지역에서 ‘일제침략 70년사’ 전시를 시작한 그는 이후 이수역, 강남구청역, 고속터미널역, 목동역, 세종대, 태릉입구역, 강동구청, 국회, 공덕역, 부천시청, 성균관대 등을 돌며 순회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에게 유명한 사진도 있지만 그간 보기 힘들었던 희귀사진들도 많다. 당시 우리 민족의 생활상과 주변 지형·풍경을 볼 수 있는 사진부터 일제의 만행과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생생히 담은 사진들, 개인소장 사진 등 귀한 자료들이 많다. 공준식 위원장은 1500여점의 자료를 모아 책으로 엮었고, 이 중 400여점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전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 많았다. 시간도 비용도 많이 들었다. 후원이나 도움은 거의 받지 못했지만 우리의 역사를 많은 이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어서 무료로 전시를 열고 있다. 대학교 행사와 콜라보도 하고, 여러 군부대도 돌며 역사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특히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고 있다. 

기자와 만난 지난 5일 공덕역에서도 사진전에 관심을 갖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공준식 위원장은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관람하지만 어린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흔히 젊은 세대는 역사에 무관심하고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지 않다 생각하지만 이번 순회 사진전에 보이는 그들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한국의 근대사를 바로 알 수 있어서 좋다고 하고, 많은 분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실에 감격하기도 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는 반응도 많고, 적극적으로 함께 도우려는 학생들도 있다. 애국심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역사교육이 부족한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일제강점기를 먼 옛날 역사로 생각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아버지대나 할아버지대의 역사예요. 그 당시를 겪었던 세대가 아직 살아있습니다. 먼 날이 아니에요. 잊어선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죠.”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급속한 개발과 성장 등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건을 겪고 발전을 이룬 것이 우리의 역사다 보니, 일제침략사가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공 위원장의 말처럼 100년 정도 되는 몇 세대 전의 일이다. 벌써 잊어서는 안 되는데 사실 제대로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공 위원장의 안타까운 마음이 사람들에게 전달됐는지 ‘이런 전시를 열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공 위원장은 “한편으론 사진전을 통해 한국이 빠르게 발전했다는 것을 깨닫고, 어려운 시절을 거쳐 지금은 좋은 시절을 누리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고 했다. 

이번 전국 순회전에는 특기할 만한 것이 있다. 전시장 한편에 짤막한 관람후기를 남길 수 있는 방명록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지하철 역사 내에 전시물을 설치해 놓다 보면 누구는 바빠서 그냥 지나치기도 하고 누구는 큰 관심을 갖지 않고 가버린다. 그럼에도 일부러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일부가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관람후기를 적었다. 낯가리는 한국 사람의 특성상 알아서 자유롭게 쓰도록 두고 있다 보니, 관람객 중 일부만 방명록을 채운다. 그렇게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모은 방명록이 상당하다. 2만명 정도가 기록을 남겼고 공 위원장은 기네스 등록을 알아보고 있다. 아직 서울권을 돌고 있지만 지방 행사도 계획돼 있어 방명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공 위원장은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계속 전시를 이어가고 싶어 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이들의 도움과 후원도 절실해졌다. 전시회를 보고 자신이 소장하던 사진자료를 가져다주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엔 한 중국인이 개인소장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전시를 외국인도 관심 있게 본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공 위원장은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사진 옆에 포스트를 남겨 붙여놓았다. A3 크기의 종이에 전시사진에 담긴 역사적 사실 등을 설명해놓은 글은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와 인기가 좋다. 전국 순회전 관련 밴드에도 글을 올려놓았다. 젊은 친구들에겐 인터넷에 검색을 부탁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가 되길 바래서이다. 향후 해외 전시도 열 생각이다. 

사장되고 소멸될 뻔 했던 옛 사진들을 모아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역사가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이 혼자 하기에는 어렵고 힘든 일이기도 하다. 다행히 좋은 뜻에 공감해 돕는 사람들도 생겼다.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 뜻이 널리 알려질 텐데 아직은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게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도 공 위원장은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많은 이들에게 역사를 바로 알리는 일이 보람되기 때문이다.

▲ 공덕역에 전시된 일제침략 70년 사 사진전 전시물.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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