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이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19일 오전 가습기살균제 등 유해·화학물질 관리제도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

기존화학물질 3만7000여종 중
660여종만 유해성 심사 완료
유럽, 기업이 직접 유해성 입증

[천지일보=강병용 인턴기자]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화학물질관리제도의 한계에 있습니다.”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19일 서울 중랑구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화학물질관리제도에는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정부가 하도록 돼 있지만 정부의 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유럽에서는 기존화학물질에 대해 제조하고 팔아서 이윤을 얻는 기업이 유해성 정보를 심사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신규화학물질에 대해서만 기업이 책임지고 나머지 기존화학물질에 대한 부분은 대부분 정부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환경관리와 발암물질진단, 작업환경의 위험요인 평가를 하는 그는 “정부가 유해성 심사를 하고 있는데 정부의 예산으로는 독성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양이 매우 적다”며 “기존화학물질의 50% 이상을 심사한다고 할 것 같으면 환경부 전체 예산이 다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기존화학물질에 대한 심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화학물질관리제도를 보완해서 기업이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환경부(정부)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기존화학물질 3만 7000여종 가운데 단 660여종(1.7%)만이 유해성 심사가 완료됐다”며 “심사되지 않은 98.3%의 기존화학물질은 유해성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국민들의 안전이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돈은 기업이 버는데 (유해성) 심사를 정부가 확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럽의 경우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나서 기존화학물질과 신규화학물질의 장벽을 없앴다”고 말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유럽은 2007년부터 리치(REACH)라는 제도를 시행했다. 리치는 기업이 사용하는 기존·신규화학물질에 유해성 정보가 없으면 시장 출시를 금지하고 있다. 화학물질의 유해성 입증 책임을 기업에 물리고, 안전이 입증된 제품만 팔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기존화학물질과 신규화학물질을 구분해서 기존화학물질에 대해 (정부에서) 세금으로 유해성 정보를 확인하게 했던 것이 잘못”이라며 “국회에서도 이제는 기업이 유해성 정보를 제출하게 바꾸자는 관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알게 된 독성물질은 사용제한물질 목록에 포함시켜 생활물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시민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민원이 발생하기 이전에 기업의 충분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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