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우리 사회에선 잠을 안 자고 공부하는 사람을 칭찬해 주고, 잠을 안 자고 일하는 사람을 잘한다고 하는 인식이 팽배해요. 결국 이 같은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거죠.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어떤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졸음운전에 따라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난 7월 봉평터널 관광버스 5중 추돌사고와 8월 여수 마래터널 트레일러 10중 추돌사고 등 화물차·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에 따른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졸음운전 교통사고는 2701건이라고 한다. 지난 2014년 2426건에 비해 11.3% 증가한 수치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2011~2012년 사고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등록차량 100만대당 졸음운전 사망자가 화물차(12명)였으며, 승용차(3.7명)와 승합차(4.1명)와 비교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졸음운전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졸음운전의 결과는 대형사고로 연결되지만, 정부나 사회가 근본적인 개선을 하는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운행시간이 정해진 대형버스 등의 경우, 이용자의 요구에 응해야 하는 갑과 을의 제도를 제도적으로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 대한 실효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011년부터 버스나 화물차 등 1톤 이상의 차량에 대해선 운행기록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봉평터널) 관광버스의 경우 운전자가 전날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 운행기록을 확인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하지만 이러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같은 규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선 운전자에게 잠을 보장하는 만큼,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차의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차로이탈경고장치와 비상자동제동장치 등의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3월에 입법예고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는 내년부터 신차 가운데 11m 이상 버스, 무게 20t 이상의 화물·특수차에 첨단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정부가 법을 발의하고 제출해 놓은 1차 대상이 차량 15만대 정도 된다. 이런 장치를 하려면 적어도 차량 1대당 약 700~8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는데, 몇 천억이라도 쓸 의사가 있다면 해야 한다”고 원론적으론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경보장치가 있어 알려준다고 하는데, 그래도 사람이 잠이 오면 자야 한다”며 “이를 간과하고 첨단장치 몇 개 설치하고 졸음예방 정책을 다했다고 홍보한다면 이런 대책에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봄철이 아닌 여름철에 졸음운전이 더 발생하는 데 대해 김 대표는 “여름철의 경우 운행 환경이 예전과 다르다. 에어컨이 없는 차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에 따르면, 3명이 승차한 상태에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하면 차내 산소가 부족해지는데, 90분 정도 지나면 산소 결핍에 따라 졸음이 유발된다. 그는 “화물차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면 졸음이 올 수밖에 없고, 고속도로 통행료와 할인제도 이용 등을 위해 심야운행을 한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수면부족, 과음 등도 졸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졸음운전 사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다고 문제를 삼았다. 그는 “(졸음운전은) 업무상 과실이라고 볼 수가 없다”며 “눈이 감길 정도의 졸음이 오면 사전 징후가 있는데, 이때 운전을 멈춰야 한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 계속 운전을 해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우 우리 나라보다 형량이 적어도 1.5배 정도 높다. 10년 이상의 실형에 처한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졸음운전 사고를 내고 사람 수십명을 죽여도 고작 2년 정도의 형을 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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