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남북문제 전문가인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입주기업체들과 좀 더 소통하고 배려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남북 간에 불신의 뿌리가 깊어 박근혜 정부 남은 기간 안에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때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개성공단 폐쇄가 김정은 정권(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북한당국이 개성공단에서 얻는 재정수입은 연 1억 달러 수준이지만, 금전적 가치 외에 부가적인 수익을 더 많이 얻었다.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기술을 배울 수 있었고, 김정은 정권에서 추진하던 전국적인 경제특구개발과 관련해서 개성공단을 통해 많은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개성공단 중단은 북한의 외자유치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했다. 개성공단은 외국기업이 북한에 진출해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측정하던 중요한 실험대였다. 폐쇄 조치는 외국기업 진출을 사실상 막아버린 셈이다. 이런 것을 봤을 때 금전적인 피해와 더불어 간접적 피해 또한 상당히 주고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

-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대북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에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중국의 공조 없이는 제재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고립되면 고립될수록 중국 의존도는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대북제재의 핵심은 결국 중국의 역할에 달려있다. 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따라 우리 정부와 미국의 입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북한에 접근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사드 도입을 결정한 이후 북중 간의 무역, 관광 등 경제 협력이 다시 활성화 되고 있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공단 폐쇄 시 정부가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공단 폐쇄 결정에 우리 정부의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가?

국가 긴급사태가 발생하면 기업은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부가 국민의 재산에 손해를 입힐 시 법적 절차뿐만 아니라 사전에 기업들과 충분히 소통을 해야 했다. 기업이 설비나 완제품을 제대로 가져나오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철수했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추진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 기업을 좀 더 배려하는 정책을 펼쳤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 남북 관계의 상징적인 의미에서 개성공단은 큰 역할을 했다. 재가동될 수 있도록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환경을 만드는 것은 단기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비핵화 노선에 대해 이전보다 진전된 모습을 보여야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가 개성공단 재가동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금융기관이 개성공단에 들어가야만 임금·송금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으면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개성공단에 들어갈 수 없다. 금융기관이 없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제는 개성공단 문제가 남북관계 문제의 틀을 완전히 벗어났다. 이전만 해도 개성공단은 국제적인 차원의 제재에서 예외였다. 그러나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진행되면서 개성공단도 글로벌 차원의 제재 프레임 안에 들어갔다. 남북의 자율성이 축소돼 버린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노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면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

-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되리라 보는가?

현재 남북 간에 뿌리 깊은 불신으로 남북대화를 재개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 북한이 과거처럼 이산가족 상봉이나 우리 정부가 환영할 만한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원상태로 복귀되는 패턴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런 점을 봤을 때 박근혜 정부 안에 남북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남북 간의 불신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이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으면 자율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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