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구 경희대 교수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김광구 경희대 교수

중앙정부 컨트롤타워 부재
“모니터링 전담 부서 필요”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대한민국은 공항 이전, 교도소 이전, 댐 건설 등 복잡한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갈등의 일상화로 우리 사회와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 시대에 맞게 포용적 행정을 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김광구 경희대 교수(SSK 공존협력 연구단,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토대연구사업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갈등이 조직적·민주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어느 한 부처도 갈등을 해결하려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으며, 작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갈등으로 인해 행정을 담당하는 정권의 기본적인 지지기반을 훼손하며, 정권에 대한 저항까지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 같은 갈등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갈등을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결국 부메랑이 돼 국가에 돌아온다”며 “적어도 중앙정부의 한 전담조직은 모니터링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갈등과 관련한 기구가 많이 있지만, 갈등 관리·해소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고도 꼬집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갈등의 외재화’를 문제 삼았다. 즉, 사업을 시행하는 데 갈등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예상하지 못해 갈등이 커져서야 비로소 갈등 관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갈등을 예상하지 못해 관련 전문가를 고용하지 않으며, 관련 예산도 책정할 수 없다고 했다.

“법도, 예산도, 전문가도 없으니 누가 갈등 관리를 하고 싶겠습니까. 누가 성난 주민을 만나고 싶겠습니까. 이런 문제가 곪고 터져서 어마어마하게 커지면 그때야 정부가 관리에 나서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다’는 꼴이에요.”

이에 따라 김 교수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외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외국에선 장기적 국책사업에 대해선 입안 단계부터 주민과 얘기를 나누고 주민의 정당한 우려, 걱정, 질문을 모두 수용하고 해소한 후에야 사업을 시행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도로사업에 대한 공공참여 제도가 있는데, 사업의 구상 단계부터 주민의 말을 듣는다고 한다.

김 교수는 또 ‘갈등의 내재화’를 언급했다. 이는 행정 절차법에 따른 주민설명회, 공청회가 실질적인 참여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행정 절차법이란 행정 과정의 민주화를 높이고자 주민의 참여를 법정화한 절차법을 뜻한다.

김 교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내 재산의 문제, 건강의 문제, 환경의 문제, 교육의 문제와 관련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니깐 정당한 불안, 의심, 의견 등이 투입될 채널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사업 결정이 돼서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이 된다”며 21세기에 맞게 포용적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세기 들어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뽑는 민주적 정당성은 확보했어요. 하지만 행정이나 정책은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봐요. 즉, 정책 입안 단계에서 주민의 질문, 걱정, 불안, 의심 등이 해소되지 못한다는 뜻이죠. 이에 따라 사업 시행 단계에서 물리적·저항적으로 의사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갈등 해결을 위한 진화의 조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토부는 지난 2013년 ‘댐 사전검토협의회’를 운영, 입지 후보지역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을 먼저 확보하려는 노력 등을 기울였다. 한국갈등학회(회장 이선우 교수) 등이 우리 사회의 갈등 인프라(제도, 인력, 교육 등)를 확산시키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실정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지난 19세기 정부 정책은 관료와 전문가만 참여해 결정했다. 그러나 21세기는 폭넓은 대표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포용하는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포용적 행정 절차 구축이 시급하다며 “결국 차기 정부는 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지 못하면 실패한 정부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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