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근 한국농촌문제연구소장이 암담한 농촌 현실을 언급하며 "근본적으로 농촌을 살리려면 현장에서 직접 농업에 종사하며 농촌문제를 연구한 농민이 대통령께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태근 한국농촌문제연구소장
“공무원이 농촌 현실을 너무도 몰라” 답답한 심정 토로
유해 수입 농축산물 우려에 친환경 농가 지원·보상 강조

[천지일보 나주=김태건 기자] 나주시와 인접한 영암군에서 50년째 농사를 짓는 김태근 한국농촌문제연구소장은 국내 농업의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 농촌 살리기에 앞장서 왔다.

전(前) 나주시의회 의원이기도 한 김 소장은 지난 1990년 수입 농축산물 개방에 따라 무값이 폭락하자 전남북 지역에 저장된 무밭을 갈아엎었다. 그 사건으로 시작해 여러 차례 농민과 서민의 입장에 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영암 신북면의 농장에서 기자와 만난 김 소장은 “권력에 짓밟힌 농민의 설움을 누가 달래줄 것인가”라고 물으며 “공직자가 충분히 상대방의 입장을 아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달 초에 한 공무원이 제 농장으로 가뭄 현지조사를 왔는데, 지난 8월 말에 이미 갈아엎은 상태라서 가뭄으로 고사한 농작물이 없다고 판단을 내리더라”고 했다.

김 소장에 따르면, 무를 비롯한 모든 채소는 처서 전에 밭을 갈아엎어야 한다. 그래야 지온이 떨어지지 않아 작물을 가꿔나갈 수 있다. 그는 “공무원이 농사의 기본과 생태학을 모르면서 어찌 현지조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농민의 입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이어 “8월 내내 잠을 제대로 이룬 적이 없다. 이른 새벽부터 밭에 물을 대기 위해 전전긍긍했다”며 “작물이 고사해 출하해도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으니 눈물을 머금고 갈아엎는 것”이라고 읍소했다.

김태근 소장은 수입 농축산물의 유해성과 암담한 농촌 현실도 언급했다. “농민이 극단적으로 자살하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제대로 검증조차 되지 않은 수입 농축산물로 질 좋은 우리 농축산물이 폐기 처분되면서 썩어가고 있어요.”

그는 또한 “수입 농산물 중에 콩이나 옥수수 같은 유전자변형식품(GMO)이 많다”며 “유전자변형식품을 계속 섭취할 경우 많은 사람이 죽어 이슈가 된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버금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우리는 쾌적하고 좋은 환경과 맑은 물, 우수 농축산물을 통해 건강을 지켜나갈 권리가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친환경 농가에 지원과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에 대해 충분한 홍보와 교육도 해야 한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소장은 그간 사비를 털어 각종 책자와 인쇄물을 만들어 배포해 왔다. 그는 “근본적으로 농촌을 살리려면 현장에서 직접 농업에 종사하며 농촌문제를 연구한 농민이 대통령께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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