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
입체적 주인공 등장 영화 선정
페미니즘 흐름 담은 작품 선정
“20~30대 여성 인식 개선 커
10년 후 성 차별 개선 희망적”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송란희 여성인권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0년을 이어온 이번 여성인권영화제를 통해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이같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개막식에서 상영하는 프랑스 영화 ‘테레즈의 삶’은 이 메시지를 명확하게 담고 있다. 주인공 테레즈 클레르크는 맹렬하게 활동한 프랑스의 페미니스트다. 테레즈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가정의 주부였지만, 68혁명 이후 임신중단권, 성 평등, 성 소수자 인권운동 등 페미니즘 투쟁에 앞장섰다.

여성 폭력에 대한 실태와 심각성,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사회적 구조에 대해 알리고 연대를 확산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여성인권영화제가 올해로 10회를 맞이했다. 올해 주제는 ‘단순한 진심’이다. 여성 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진심이 지금까지 영화제를 이끌어왔다는 게 송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이번 여성인권영화제는 여성 폭력의 실태와 그 상황에서 투쟁하는 여성, 그리고 치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올해는 페미니즘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페미니즘 운동사를 알 수 있는 영화들이 선정됐다.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피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기반으로 해 인물의 입체성을 삭제했거나, 문제를 해석하지 않는 인물을 등장시키는 영화는 상영하지 않는다. 송 프로그래머는 “보통 여성 폭력의 피해자는 나약하고 수동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여성 주인공이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영화를 주로 선정하고, 여성 인권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하는 게 아니라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를 고른다”고 말했다.

송 프로그래머는 현재 한국 사회의 성 평등 인식 수준에 대해 ‘많이 나아졌지만, 나아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사회의 흐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디어에서 여전히 여성이 재현되는 방식 자체가 차별적 시선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게 송 프로그래머의 지적이다.

야구 중계의 경우 남자 아나운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 반면, 여자 아나운서는 마치 오빠에게 물어보듯 질문을 하는 역할로 나온다는 것. 날씨 예보에서도 날씨를 알려주는 데 여자 아나운서가 짧은 치마나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나올 필요가 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문기사의 경우 XX녀 등 여성 피해자를 비난하는 제목을 뽑는 행위에 대해 비판했다. 주민등록번호도 2000년 이전과 이후 모두 남자가 앞 번호를 차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프로그래머는 “사례를 들다보면 그런 것까지 지적 하냐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것들이 쌓이고 가시화 되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반으로 쓰이기 때문에 사소한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성 차별 문제를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2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젠더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시물 수도 늘었고, 성 차별적 시선에 대해 항의 하는 동력도 굉장히 강해졌다”고 말했다.

송 프로그래머는 “이전에는 노동시장에서의 성 차별, 여성의 정치 참여 등에 대한 동력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10년 안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여성 인권 문제를 공론화 할 수 있는 장을 더욱 많이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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