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제공: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터뷰| 이병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흰지팡이, 시각장애인의 자립·성취 알리는 의미
동정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하면 안돼”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흰지팡이의 날’ 의미가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흰지팡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잘 새겨주셨으면 합니다. 비장애인분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조금 더 이해해주고 소통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980년 10월 15일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WBU : World Blind Union)가 시각장애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를 이끌어 내자는 취지에서 선포한 ‘흰지팡이의 날’을 앞두고 이병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흰지팡이는 시각장애인이 길을 찾고 활동하는 데 가장 적합한 도구이며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성취를 나타내는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상징”이라며 “흰지팡이를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으로 잘못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흰지팡이 헌장에 따르면 흰지팡이는 장애물의 위치와 지형의 변화를 알려주는 도구로 어떤 예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시각장애인이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는 도구다. 흰지팡이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을 만날 때에 운전자는 주의해야 하며 보행자는 길을 비켜주거나 도움을 청해오면 친절하게 안내해줘야 한다. 도와줄 때는 흰지팡이를 든 손 반대편에 서서 안내하는 사람의 팔꿈치를 잡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 공공건물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천지일보(뉴스천지)

 

더불어 이 회장은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편의시설의 부재에 대해 지적했다. 한시련이 7개 시·도를 대상으로 지난 5월 2일부터 9월 12일까지 공공건물 156개소의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총 2473개의 조사 항목 중 올바르게 설치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단 37.1%에 불과했다.

적절하지 않게 설치되거나 편의시설 자체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도 각각 24.4%, 38.5%로 집계돼 시각장애인이 독립적인 시설 이용과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편의시설이 부적정하게 설치되거나 미설치된 시설은 위생시설(83%), 비치용품(76%), 안내시설(69.7%), 매개시설(57.1%), 내부시설(53.2%)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인 점자블록, 점자표지판, 점자안내판 또는 음성안내장치는 총 7372개 중 적정설치율이 30.8%에 불과했으며, 부적절하게 설치하거나 설치되지 않은 곳은 69.2%로 나타났다.

설치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중 점자블록의 경우는 설치 위치가 잘못된 곳(55.4%)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재질 및 규격(53.8%), 이격거리(20.3%), 유지관리(5.2%) 순으로 나타났다. 점자표지판의 경우는 설치위치가 잘못된 곳(67.7%)이 가장 많았고 이어 내용표기(25.2%), 유지관리(4.7)순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시각장애인이 일상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과 시설이용의 편리를 도모하고 정보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시설”이라며 “주로 손잡이나 벽면, 바닥에 설치하는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공사의 범위와 소요예산이 비교적 적게 들어 지자체나 시설운영기관이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보접근과 관련해서도 시각장애인들은 웹사이트나 은행·병원·공기관에서의 서류 발급 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접근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각장애인도 동등하게 익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조그마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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