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군부대에서 주말에 규율위반 병사를 한꺼번에 모아 실시하는 얼차려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병사들의 휴식권을 침해하므로 개선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제도와 관련해 전체 부대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해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진정인 A씨는 연대장의 지시로 병사 보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이곳을 통행하는 병사와 규율을 위반한 병사들을 매주 토요일 집합시켜 봉사활동 명목으로 배수로 정비, 잡초 제거, 취사장 청소 등을 시키는 것 등은 인권침해라며 지난 6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병사들의 제식이 불량해 주도로를 이용해 제식 대열을 맞춰 다니도록 한 것이며, 토요일 오전에 B봉사대를 운영해 규율위반 병사들에게 3시간 가량 청소 등을 시킨 것은 육군규정 120(얼차려 규정)에 따른 것으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피해 병사들은 “어떠한 행위를 위반해 B봉사대 입소대상이 됐는지 잘 모르고 입소 기간이 1~3주로 각기 달라 명확한 기준이 없어 보인다”며 “주말에 집단으로 입소하게 돼 봉사가 아닌 군기교육대로 인식하고 있고 휴일에 휴식 시간 및 계획된 외출·면회 등을 통제당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진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피진정 부대는 2012년부터 B봉사대를 운영해왔고,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입소자는 총 143명으로 월 평균 20여명이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배수로 정비, 잡초제거, 취사장 청소 등을 해 왔다.

인권위 침해구제 제1위원회는 연대장이 병사들에게 영내에서 제식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지휘권의 영역이지만, 규율위반 행위 적발 시 바로 얼차려를 부여하지 않고 주말에 한꺼번에 시행하는 것은 ‘피교육자들이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한다’는 등 얼차려 규정 취지에 맞지 않고, 주말에 휴식·외출·외박·휴가 등을 통제하여 휴식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봉사대’라는 명칭과 달리 입소 병사들은 ‘군기교육대’로 인식하고 있고 무엇이 금지되는 행위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 안내 등이 부족해 간부(장교·부사관)에 따라 자의적 해석·운영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징벌에 대한 명확성, 예측가능성을 담보하지 않아 지휘권 남용 우려가 있다”며 “시행 시점에 있어 입소자가 월요일 적발될 경우 토요일 입소 시까지 1주일 내내 부담을 가지고 생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대 내 대대장의 비위 혐의에 대한 진정은 이미 보직 해임 등의 처분을 받아 기각했으며 선임 장교의 후임 장교에 대한 폭언 부분 등에 대해서는 경고조치 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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