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낙태법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인터뷰
낙태 시술 임신 24주 내로 제한
“40년도 못 바라보는 국가 정책”

“낙태죄는 여성의 몸과 마음 또 이후에 태어날 아이가 겪을 일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울시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지난 26일 만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낙태는 찬반으로 나눌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강의를 하던 이미경 소장은 1991년 뜻이 같은 동료들과 한국 최초로 성폭력상담소를 열었다. 올해 횟수로 26년째다.

오랜 기간 상담해왔지만 법이 있어도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미경 소장.

모자보건법에 의해 낙태가 허용되지만 강간으로 성폭력을 당해 피해자가 임신을 하게 되면 가해자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긴 재판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럴 경우 낙태 시술은 임신 24주 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낙태시술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여성의 몸의 권리는 여성에게 있다. 국가나 남성의 이해에 달려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신은 남성이 함께 참여한 성행위에 의한 것이기에 여성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의 의뢰로 지난 2012년 책임연구원을 지낼 당시 ‘성폭력피해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수술 지원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연구진으로 일했다.

연구내용에 따르면 성폭력 관련 법제도는 특정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강조하는 형태로 입법됐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소년 피해자 중 어떤 피해자들을 더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다른 피해자들은 그렇지 않는 것으로 만드는 역학이 발생하는 등 법제도의 한계들이 드러났다.

피해자가 비장애 성인일 경우 피해의 진정성에 대해 더 쉽게 의심받고 수술지원, 의료비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다. 또 가해자 남성이 피해자와 의사를 낙태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고 폭력적인 관계를 유지시키려는 수단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는 70여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12주이내에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거기는 생명경시 사상이 부족해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1980년대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가족계획 정책을 시행했다”며 “무조건 다 피임시키고 낙태도 다 무료로 국가가 해줬었다. 이게 무려 30년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그 당시에도 낙태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국가에서 시행한 것”이라며 “그 시절 우리나라 표어가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의 몸은 국가정치의 이해관계에 따라 도구화였다”고 주장하며 “지금에서야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권장하는 이런 현실이 30~40년도 못 바라보는 국가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낙태의 찬반 선택권과 생명권은 정말 오래된 논쟁거리”라며 “그 논쟁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임신의 주체인 여성이고 여성의 몸은 어떻게 다뤄져 왔나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덕적 이유로 의사를 규제하는 시행령을 내놓은 보건복지부나 그렇게 하면 수술을 안 하겠다고 하는 의사나 도대체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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