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건희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자원활동가가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홈리스 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최건희 대학생 자원활동가
부양의무제도 폐지 주장
‘물품·법률·주거상담’ 지원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굉장히 많은 노숙인이 부양의무제도로 좌절감을 느낍니다. 가족과 단절된 지 수년이 지난 상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상 가족이 수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기초생활비를 받아도 적게 받기 때문입니다.”

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만난 최건희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자원활동가는 노숙인들과의 만남을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건희 자원활동가는 매주 목요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부근에서 노숙인을 찾아가는 ‘아웃리치(out-reach, 거리상담)’를 하고 있다.

아웃리치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노숙인을 찾아가 간단한 안부를 묻는 상담부터 노숙인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지원, 법률지원, 주거지원연결을 돕는 활동이다.

최씨는 사회 복귀를 꿈꿔야 할 노숙인이 제도적인 장치에 걸려 좌절해있는 모습을 볼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양의무제도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노숙인을 생각한다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숙인의 입장을 대변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그는 자원활동가로 10개월가량 일하고 있는 23살의 대학생이다. 도시 빈민을 주제로 모인 학교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자원활동을 알게 돼 일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아웃리치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처음에 이 일을 할 때 전혀 안면도 없던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 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낯설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어려워만은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노숙인 한 분 한 분을 찾아가 커피를 드리고 말을 붙이며 해결해갔습니다.”

낯설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서까지 최씨가 아웃리치를 이어갔던 이유는 A씨와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노숙생활을 벗어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전셋집에서 살고 있다.

최씨에 의하면 A씨는 여러 가지 복지 지원금을 모아 전세비용을 마련하고 집을 마련해 노숙생활을 벗어났다. 하지만 A씨는 집주인에게 재개발 구역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고 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집을 나갈 시 새로운 임대인을 구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이런 상황의 A씨를 처음 만났던 최씨는 10주가 넘도록 만남을 유지하며 A씨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람에 대한 상처로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던 A씨가 점차 그 문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최씨는 희망을 봤다. 그와 동시에 A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노숙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됐다.

“노숙인을 만날 때는 잘 듣는 경청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또 상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눈높이를 맞추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는 노숙인 상담에 관해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다고 말하면서도 노숙인은 일반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이 처한 환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잘 알지 못하면 쉽게 겁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면서 노숙인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들기도 한다는 최씨는 노숙인들에게 단순히 도움을 주고 끝내버리는 존재가 아닌 늘 대화에 열려있는 친구 같은 존재로 비춰지길 소망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집이 있더라도 유지가 불안정한 사람 또는 여관이나 PC방 등을 다니며 생활하는 노숙인도 만날 계획이다.

한편 최씨는 아웃리치뿐만 아니라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에서 운영하는 야간학교(야학) 프로그램의 보조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야학 프로그램은 과목별로 5~6명의 노숙인이 신청해 공부하는데 ‘노숙인 권리’에 대한 수업의 경우는 한 번에 30여명정도 수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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