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통행 거리 45% 지점부터 졸음
정부, 운수법 개정 시행령
“의무적 휴식 현실성 없어”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1. 지난해 12월 28일 오전 9시 30분께 경남 산청군 단성면 대전통영고속도로 단성나들목 인근에서 신모(49)씨가 몰던 고속버스가 갓길 쪽 가드레일을 충격한 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신씨가 다리 부위에 중앙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버스 승객 5명 가운데 3명이 타박상 등 경상을 입었다. 운전자 신씨는 경찰에서 “깜빡 졸았다”고 진술했다.

#2. 지난해 11일 9일 오후 6시께 경남 사천지 곤양면 남해고속도로 순천 방향 진교터널 입구에서 고속버스가 앞서 가던 관광버스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8명이 손목과 무릎 등에 타박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를 낸 고속버스 운전자 역시 경찰에서 “운전하면서 깜빡 졸았다”고 말했다.

최근 졸음운전에 따른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고속도로 운전자들이 평균적으로 전체 통행 구간의 10분의 1만큼 거리를 졸음을 참고 운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도로공사 연간지 ‘2016 고속도로’에 실린 ‘내비자료 분석을 통해 들여다본 고속도로 운전자들의 졸음운전 및 휴식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운전자 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속도로 운전자들은 통행 거리의 약 45% 지점에 도달했을 때 졸음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운전자들은 졸음을 느끼는 지점과 휴게소 이용 시점에 대한 조사 결과를 결합해 평균 10%의 거리를 졸린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거리를 이동할 경우 출할 후 45㎞ 지점에서 졸음이 오지만 10㎞를 더 이동해서야 휴식을 취하는 셈이다.

운전자의 22.1%는 휴게소에 머무는 시간이 10분이 채 안 돼 졸음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음을 해소하기 위해 휴게소에 들르더라도 휴식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현석 도로교통연구원 교통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졸음운전 사고를 줄이려면 운전자가 전체 통행 거리의 45%에 도달했을 때 휴게소나 졸음 쉼터를 방문하도록 유도하고 한번 정차했을 때 충분히 쉬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운전이 생계수단인 화물차 운전자들은 더욱 졸음운전 사고에 노출돼 있다. 이로 인해 정부는 지난 6일부터 화물차 운전자가 4시간 연속 운전을 하면 최소 30분간 의무적으로 휴식(15분 단위 분할 가능)을 취하도록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를 개정했다.

이를 위반한 운송사업자는 1차 적발 때 사업 일부 정지 10일 또는 과징금 60만~18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두 번째 적발 시에는 사업 정지 기간이 20일로, 세 번째는 30일로 늘어난다. 2~3차 적발 때도 과징금은 같다.

그러나 화물차 운전자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대로 휴식을 취하다가는 제시간에 운송이 힘들다는 반응이다.

화물차 운전기사 김모(48)씨는 “물건을 약속 시간에 배송해주지 않으면 상품값을 물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건 상당히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다른 화물차 운전기사 한모(50)씨는 “일한 만큼 수입이 생기는 일이다 보니 많은 물량을 운송해야 기본 생활이라도 된다”며 “휴식하지 않으면 벌금까지 내야한다고 하는데 현실을 모르고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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