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서 가장 흔한 알력싸움이 ‘이단 논쟁’이다. 한국교회의 일치와 화해를 외치며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회)이 출범함과 동시에 이단 논쟁이 또 터졌다. 이번에 이단시비에 오른 곳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대표회장인 여의도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와 같은 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등을 포함한 10여개 교단이다. 이들의 이단성을 시험하겠다고 나선 단체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바른신앙수호위원회(바수위, 위원장 황인찬 목사)다.

한교연은 한기총이 이단교단을 영입했다며 한기총을 나온 이들이 만든 단체다. 그간 한기총과 한교연 간의 이단 논쟁은 심심찮게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한기총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며 화해 무드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돌연 한교연이 한기총 대표회장 등의 이단성을 가리겠다고 나온 이유에 대해 일부에서는 역대급 교단연합기구인 한교총이 출범하자, 압박을 느낀 한교연이 궁여지책으로 ‘이단·사이비성’을 내세우며 한기총을 공격한다고 보고 있다.

한교연이 이처럼 한교총의 출범을 불편해하듯 교계 내에서 한교총 출범을 반기는 곳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실제 한교총이 출범식 때 7개 주요 교단을 비롯해 15개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했음을 당당히 밝혔지만, 몇몇 교단을 제외하고는 교단에서 정식으로 허락을 받지도 않은 상태다. 심지어 한교총 공동대표 자격이 되는 예장 통합과 합동을 비롯해, 대신, 고신, 합신 등 주요 교단들마저 총회의 직접적인 결의를 거친 곳은 전무한 상태인데다 점점 한교총을 경계하거나 저평가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거기에 한기총과 한교연, NCCK까지 그 어느 연합기관도 하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4의 기구가 나타났다고 갑자기 하나 될 리 만무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일치와 화해를 이루자며 한교총이 출범함과 동시에 갈라지고 찢겨진 한국교회의 실체가 더 낱낱이 드러나고 있으니 참으로 쓴웃음만 나온다. 자칭 정통끼리 이권과 주도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상대를 이단이라 했다 정통이라 했다 오락가락하는 한국교회. 화해와 일치를 말하기 전에 욕심을 내려놓는 훈련과 ‘원수도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할 각오가 돼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