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해소주 김택상 장인. (출처: 삼해소주방 facebook 캡처)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모친으로부터 제조기술 전수
정월 첫 해일해시부터 다음 해일마다 3번 빚어 ‘삼해주’
동국이상국집과 태평한화에도 등장하는 우리술
시, 서울전통주축제 등 우리술 대중화 계획 추진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고려시대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에 등장하는 ‘삼해(三亥)소주’ 제조방식을 계승한 김택상(65, 서울 종로구)씨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하는 전통식품명인 제69호로 지정됐다.

서울시 최초로 전통식품명인에 지정된 김택상씨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8호 삼해주 보유자인 이동복 장인(匠人)의 아들이자 제자로 6형제 중 유일하게 어머니의 뒤를 이어 삼해주를 전승하고 있다.

‘식품명인’은 우수한 우리 식품의 계승·발전을 위해 ‘식품산업진흥법’에 의거해 우수한 식품 기능인을 국가에서 지정하는 제도로 전통식품은 국산 공산물을 주원료로 하여 제조·가공되고 예로부터 전승돼 오는 우리 고유의 맛·향·빛깔을 내는 식품이 대상이다.

김택상씨는 전통성, 우수성, 정통성, 경력 및 활동상황, 보호가치 등의 평가 기준을 충족해 전통식품명인으로 인정받았으며 앞으로 전통가공식품자금과 기능전수자금 등을 지원받게 된다.

우리나라 전통을 잇는 일이라는 책임감으로 올해로 30년째 삼해소주를 빚고 있다는 김택상 씨는 종로구 삼청동에서 ‘삼해소주가’를 운영하며 제자 양성뿐만 아니라 시민·관광객을 대상으로 각종 시연회 개최, 국내·외 전시회 참여 등 삼해소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조만간 제조면허 취득과 함께 소규모 제조시설을 마련해 많은 사람들이 삼해소주를 쉽게 구입하고 맛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삼해주(三亥酒)는 주로 서울 사람들이 즐겨 마시고 선물했던 서울 대표 전통주로 정월 첫 ‘해일(亥日) 해시(亥時)’에 술을 빚기 시작해 다음 해일(亥日)마다 세 번에 걸쳐 술을 빚어 삼해주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마시기까지는 대략 100일 정도가 걸려 백일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삼해주는 여러 번 저온 숙성을 거쳐서 맛과 향이 깊고 빛깔이 투명하며 뒷맛이 깔끔해 숙취가 없으며 삼해주를 적당량 장복하면 소화불량과 속병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 초기 서거정이 문집 ‘태평한화’에서 ‘삼해주 없다면 극락이라도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올 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우리술이다.

현재 서울시 무형문화재 중 전통주로는 삼해주 외에도 송절주(제2호), 향온주(제9호) 등이 지정돼 있다.

송임봉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이번 전통식품명인 지정을 통해 삼해소주가 널리 대중화되길 기대하며 서울의 다른 전통주들도 함께 부활할 수 있도록 ‘서울 전통주 축제’ 등 다양한 행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