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시민단체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엉터리판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2단계 판정자 비율 낮아
법에 ‘정부 책임’ 명시 요구
“적용 시효 충분히 늘릴 것”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중 정부지원 대상에 해당하는 1~2단계 판정자 비율이 낮아지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와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주최로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다양한 피해사례를 판정기준에 반영하지 않아 이런 엉터리 결과가 나왔다”고 비판했다.

이들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4차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 내용에는 대상자의 90% 이상이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3~4단계였다. 정부가 지난 2011년 소수 피해자에 대한 제한된 경험에 의한 판정기준을 고수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신고는 올해 들어서만 39건이다.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사망자 10명, 생존환자 29명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됐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전체 피해자 누적인원은 5380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1122명(20.9%)이다.

정부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 4차 결과에서 판정대상은 지난해에 신고된 752명 중 188명(25%)이다. 188명 중에서 정부의 지원대상인 1단계와 2단계 판정비율은 갈수록 낮아져 이번 판정에서는 10% 이하로 떨어졌다.

1단계(관련성 확실)는 8명(사망 1명)으로 전체(188명)의 4.3%에 불과하다. 2단계(관련성 높음)와 3단계(관련성 낮음)는 각각 10명(모두 생존)으로 전체의 5.3%이다. 4단계(관련성 거의 없음)는 154명으로 전체의 81.9%에 달했다.

정부는 1~2단계만 의료비와 사망·장례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이 사건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절반이 넘는 피해자들이 지원도 받지 못하는 3~4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 결과 1∼2등급 비율은 지난 2014년 4월 1차 판정 당시 47.6%에서 42%(2차), 21.2%(3차), 9.6%(4차)로 떨어졌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를 2종류 이상 섞어 사용하거나 수년 이상 사용한 경우 등 다양한 조건의 피해자가 나타났다”며 “건강피해의 종류와 상태도 급성과 아급성, 만성을 포함해 다양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다양한 노출과 건강피해를 조사하고 연구해 판정기준에 반영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등 시민단체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엉터리판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정부의 판정기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관련성 거의 없음’을 뜻하는 4단계는 가습기살균제에 노출이 안 된 경우나 노출이 됐지만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 아니라고 명확히 밝혀진 경우에만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단계의 경우에는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지만 건강이상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나중에 나타날 수 있는 질병의 종류에 해당한다고 했다. 건강이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불안해 신고한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해당한다는 의미다. 또 암과 같은 질병의 경우에는 긴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발암 여부 역시 이 단계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은 오는 20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 심사에서 피해구제법안에 정부책임을 명시하고 징벌조항을 추가해야 하며 적용시효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반복될 수 있고 10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발생시킨 기업에 대해서도 징벌조항이 추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적용 시효를 충분히 늘려서 단 한명의 피해자도 적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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