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쟁없는세상, 청년좌파,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 등 단체 회원들이 전쟁저항자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에서 정한 세계 병역거부자의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병역거부권을 주장하고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실제 수감됐다 출소한 병역거부자들이 숫자 540위에 발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한 뒤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기준으로 우리나라 교도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 540여명이 수감돼 있다고 전했다. 2016.05.14. (출처: 뉴시스)

1년 반 새 무죄 판결 15건
반대 여론도 줄어드는 추세
조만간 위헌 법률심판 앞둬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와 관련한 3번째 위헌 법률 심판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2015년 5월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 건수는 광주지법 7건, 수원·인천·청주지법 각 2건, 부산·전주지법 각 1건 등 1년 반 새 15건에 이른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도 40여건에 달한다.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자에도 서울남부지법에서 2004년 단 한 차례 무죄 판결이 난 후 13년만인 지난 15일 청주지법에서 무죄판결이 났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반대 여론도 크게 줄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5월 25일∼12월 23일 만 15세 이상 국민 1504명을 대상으로 ‘국민 인권의식 조사’을 벌인 결과에 따르면 2005년과 2011년 조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각각 89.9%와 64.1%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52.1%로 낮아졌다. 반대로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10.2%에서 33.3%를 거쳐 46.1%까지 늘었다.

국제적 추세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징병제를 유지하는 83개국 중 31개국이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징병제 국가인 대만과 덴마크, 독일, 러시아, 스웨덴,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폴란드, 핀란드 등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시행 중이다. 현역을 사회복무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유엔 인권이사회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갈등 해소를 위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동안 북한과 대치중인 특수한 안보 상황 때문에 대체복무제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유엔 인권이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세계 각국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해 교도소에 갇힌 사람이 723명인데, 이중 한국인이 92.5%인 669명에 달한다.

현행 병역법 88조에서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비군 훈련 거부자도 예비군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이 법 조항에 대해 헌재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헌재는 2011년 합헌 결정과 더불어 국회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보호하는 입법 조처를 권고했다.

대다수 판사는 이를 근거로 군 입영 거부자의 경우 복무 기간에 상응하는 1년 6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전국적으로 600명가량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처벌을 받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잇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판사들의 소신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병역법 88조에 대한 위한 여부에 대한 3번째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조치로는 군 복무에 필적할만한 대체복무제 도입이 거론된다. 인권위도 헌재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은 보편적 인권인 양심인 자유를 침해한다”며 “대체복무제로 국방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국방부도 지난 2007년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호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에 한센·결핵·정신병원 등 전국 특수병원 9개소와 국·공립 노인전문요양시설 등에서 출·퇴근 없이 헌역병 복무기간 18개월의 두 배인 36개월 복무 방안을 제시했다가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회한 바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1심 법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에게 무죄를 선고해왔고, 항소심 법원도 많은 고민 끝에 무죄 판결을 선고하고 있는만큼 이제는 대안으로서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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