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7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묘소 참배 뒤 권양숙 여사 예방
“정치교체 말씀, 가슴 깊이 남아”
“죽기살기식 정권투쟁 지양해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영호남 지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7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방문해 고인의 묘소를 참배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부인 유순택 여사와 지지자들과 함께 오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뒤 기자들에게 “경건하고 애통한 마음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에 귀국 인사를 올렸다”며 “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 위해 생전에 많은 노력을 해주신 데 대해서도 마음 깊이 감사 드렸다”고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과 리더십은 아직도 국민 가슴 깊이 남아 있다”며 “취임식 때 변혁과 통합, 개혁과 통합을 외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도 아직도 우리 가슴 깊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이제 우리는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사생결단, 죽기 살기 식으로 정권만을 잡겠다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국민은 전에 노무현 대통령 말씀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사회, 변칙 없는 사회, 사람이 사는 세상, 이런 걸 갈구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이제 정치하는 분들이 모두 마음을 가다듬고 국민들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 방명록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 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전력하겠습니다. 노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발전을 굽어 살펴주소서”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반 전 총장 측은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반 전 총장의 애도 행보를 보도한 기사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스리랑카 공식 방문 중 비보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은 반 전 총장이 현지에서 애도 성명을 발표하고, 뉴욕 유엔 대표부에 있는 노 전 대통령 빈소를 참배한 뒤 특파원을 통해 애도의 뜻을 밝혔다는 것이다. 또한 반 전 총장이 현직임에도 관례를 깨고 노 전 대통령 장의위원회에 고문으로 참석한 것과 2011년 12월 1일 방한 일정 중 봉하마을에 방문,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관련 행보를 부각하고 나선 것은 친노(친노무현) 인사들 사이에서 ‘배신자’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직에 오른 뒤 외교 이슈가 불거져 외교라인 문책설이 돌 때마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노 전 대통령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와 함께, 친노 진영의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대권 경쟁 관계에 놓이면서 친노 인사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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