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5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광화문까지 진행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예장목회자 시국기도회’ 행진 중 목회자들이 대통령 하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올해 1월 14일 헌법재판소 앞 안국역 사거리에서 진행된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등 보수단체 태극기집회에 목회자들이 대형 십자가를 들고 참석해 하야 반대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DB

목소리 커지는 보수진영
목회자가 선두에서 지휘

국민에 흡수된 진보진영
교단들 시국선언 사라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두고 ‘진보’ ‘보수’에 각각 치우친 한국교회 일부 목회자와 교인들의 활동이 개신교 성직자들의 위치를 되짚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국회통과를 전후로 한국교회는 진보와 보수로 나뉜 민심과 맞물려 활동하고 있다. 야당의 대통령 탄핵 촉구에 발맞춰 진보성향의 목회자들은 즉각 시국을 선언하며 촛불을 들고 함께 들고 일어났고, 그들의 ‘하나님’을 찾으며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의 내용은 정권을 심판해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로움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이후 보수 측에서도 한발 늦게 ‘태극기’를 쥔 보수 진영 선두에 서서 그들의 ‘하나님’을 찾으며 연신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촛불 집회에 맞서 점점 목소리를 더 높여가고 있다.

촛불집회 초기 시국선언 등에 합류하며 선두에 서서 적극 동참하던 진보성향 개신교 목회자들은 최근에는 시민들과 섞여서 성직자로서의 두각은 크게 나타내지 않고 있다.

잇따라 시국선언을 선포하며 촛불 시민들과 뜻을 함께 했던 주요 교단의 수장들도 현재는 잠잠하다. 성직자 가운을 입고 촛불집회 대열에 합류하던 목회자들의 모습도 최근에는 관찰하기 어려워졌다. 종종 모습을 보인 목회자들은 자신이 성직자임을 강조하지 않고 국민으로서 집회에 참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개신교 진보진영은 가장 뜨겁게 타올랐다. 3일 개신교 진보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산하 9개 교단장은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들은 “내각에도 당에게도 친박에게도 비서진에게도 비선 실세에게도 최씨 일가에게도 책임을 미루지 말라”면서 “누구를 탓하기 전에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을 가했다. 기장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개신교 시민단체인 대학·청년YWCA전국협의회와 대학YMCA전국연맹 등도 시국선언을 통해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또 감리교신학대·서울신학대·성공회대·연세대·장로회신학대·총신대·한신대 등 7개 대학의 40개 학생 단체도 동참하는 등 개신교 전역으로 대통령 탄핵 촉구 물결이 확산하는 듯 했다.

반면 보수진영은 탄핵 정국 초기에는 잠잠했지만, 최근에는 더욱 세를 넓혀가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보수진영 교단연합기구는 대통령 하야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하면서도 분노한 국민들을 의식한 듯 최순실 사태를 비판하고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결과에 따른 자숙을 요청했다.

이처럼 한발짝 물러섰던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급물살을 타고 바뀌게 된 것은 서경석 목사가 전면에 나선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 등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가 커지면서다. 서 목사 등 보수 개신교 목회자들은 하야 반대 집회에 나섰고,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직전 집회에서 ‘목회자를 초청해 기도할 것’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보수집회 전면에 목회자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집회에서는 검정 가운을 입은 목회자들과 대형 십자가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흠이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었느냐’ ‘마귀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며 태극기를 들고 십자가를 지고 행진했다.

그런가 하면 미스바 구국연합기도회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서울역에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악한 영’이 틈타지 않게 해달라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서울 영등포구 에스더기도운동 센터에서 매일 밤 11시부터 철야기도회도 진행한다.

진보 측이든 보수 측이든 개신교 교인들은 각각 그들의 하나님에게 “공의와 지혜로 국난을 극복하게 해달라” “하나님의 정의가 승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

이에 개신교인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보수 측 교인으로 보이는 네티즌 ‘장**’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절대로 탄핵은 기각된다. 하나님 말씀이 믿고 기도하면 그대로 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충성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하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기쁘게 받으셨기 때문”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진보 측 교인으로 보이는 네티즌 ‘yky********’씨는 포털 게시판을 통해 “불의를 용납하는 비겁함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일 뿐 아니라 한 주먹도 안 되는 불의의 집단에 노예처럼 굴복하고 영원히 종으로 살겠다는 맹세를 한 것”이라며 “우리들의 주인은 창조자인 하나님이지 1%의 권력자, 재벌, 최순실과 금수저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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